선후배 사이

2017. 3. 9. 13:4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도시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동창사이의 관계가 매우 끈끈합니다. 해마다 3월과 12월에는 시골 사람들 동창회 때문에 영등포역전이 시끌벅적하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겁니다.

 

 도시 학교들은 학생 수가 많다보니 한 학년이 보통 열 반이 넘었지만 시골 작은 학교들은 한 학년이 한 반이거나 두세 반이었고 게다가 거의 자기 동네나 옆 동네에서 자란 사람인데다가 친인척도 많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잘 알고 지냈고 학교에서 만나 6년 혹은 3년을 가깝게 지내다보니 서로 잘 알기 때문에 거리감이 없습니다.

 

 제 나이가 회갑이다보니 요즘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들이 해외여행을 같이 가자고 야단들인데 저는 방학이 아니면 갈 수가 없기 때문에 같이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골 출신 회갑동무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 같습니다.

 

 동창끼리 가면 스스럼이 없기 때문에 일탈행동을 서슴치 않을 겁니다. 태국에 잠깐 다녀오면서 보니까 밴드가 있는 곳은 대부분 50, 60대의 한국인들이 무대를 접수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동네 가수 정도의 실력이지만 몇 잔 걸친 김에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고 마치 동네 노래방에 온 것처럼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골 출신들은 동창들끼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선후배 사이도 그렇습니다. 한 동네에서 자란 사이다보니 두세 살 정도는 나이가 들어도 같이 놀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서로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하는 사이여서 아주 끈끈하게 만납니다.

 

 이건 도시에서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선후배가 같은 동아리나 무슨 목적으로 모여서 수십 년을 함께 하면 친구보다도 오히려 더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 며칠 전에 필리핀에 가서 단체로 성매매하다가 적발된 사람들도 지방의 선후배였다고 합니다.

 

<최근 필리핀에서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이 충남 보령의 한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지자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4일 필리핀 세부의 한 빌라에서 성매매 혐의로 남성 9명이 체포돼 조사받는 장면이 현지 언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역 식품업체와 음식점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행 중 2명은 보령시 소재 한 공기업 차장과 과장급 직원으로 파악됐다.

 

이런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지역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이 사람들 때문에 지역이 큰 망신을 당했다"며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얼굴을 붉혔다. 주민 김모(61)씨는 "지역 대표 격인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해외여행을 가 나라 망신은 물론 지역 망신을 초래했다"며 "불법 성매매에 대한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가 이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지방 출신들의 선후배 사이라는 것이 이렇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조폭도 아닌데 무슨 선후배 사이에 의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들 세계는 나름의 의리와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나쁜 일에도 동참하는 것이 선후배 사이일 겁니다.

 

 동네 망신에 집안 망신이 되고 말았지만 처음에 의도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무슨 조폭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시골 사람들의 선후배 사이는 그런 수직적 관계는 아니더라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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