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의 해후

2017. 3. 24. 11:35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어제 군에서 모셨던 중대장님을 만나뵈었습니다.

1980년에 모시고 있던 분인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37년만에 만난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보는 순간에 바로 알아봤습니다.

 

 그건 그 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화번호를 안 것이 2년 전인데 통화만 두어 번 하고는 계속 시간이 안 맞아서 미루다가 어제도 갑자기 뵙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셔서 약속을 했다가 뒤로 미뤘는데 갑자기 다시 연락이 되서 만났습니다.

 

 제가 스믈 서넛일 때였고 그 분은 막 서른을 넘기는 나이셨을 때에 뵈었으니 지금 같은 여유를 찾기 힘든 때였고 그때는 지금보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반 부대가 아닌 훈련소에서 같이 근무했는데 사병들에게 험한 말을 한 마디도 안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이게 하실 말씀은 소대장이나 선임하사를 통해서 하셨고 몸 가짐이 반듯하셔서 다른 장교들이 그 앞에 서는 것을 꺼릴 정도로 멋진 군인이셨습니다. 그때는 저도 그 앞에 서기가 두려워질 정도로 대하기가 힘든 분이셨는데 다시 만나서 보니 참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중대장님은 막걸리 석 잔이 주량이라고 하셨고 저도 소주 한 병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옛 이야기를 하다보니 두 병씩 마셨습니다. 세월이 많이 갔지만 그 간격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기분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군복을 벗는 순간 군의 일은 모두 잊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뵙고 싶은 분도 여러 분 계시고 제가 좋아했던 후임병사들도 여럿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같이 생활하면서 좋은 기억만 남길 수는 없겠지만 인연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서나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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