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2017. 6. 17. 21:4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법무부 장관후보자의 아들 얘기가 잠깐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퇴학처분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편지를 써 보냈더니 퇴학에서 2주 특별교육으로 처벌이 완화되어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합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퇴학처분은 고등학교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징계입니다.

그 징계 아래는 무기 정학이고, 그 다음은 유기 정학입니다. 유기 정학은 보통 5일(예전의 1주일입니다)이고 그 이상의 날짜가 유기정학입니다.


 장관후보자가 밝힌 내용을 보면, "학교 측에서 징계절차의 일환으로 학생의 반성문과 함께 부모의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왔기에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는 학교 선도위원회에 탄원서를 냈고 아들의 징계수위는 퇴학에서 2주 특별교육으로 대폭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법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의 생활지도부장과 징계위원을 여러 해 했었기 때문에 가장 참석하기 싫었던 학생징계를 위한 대선도회에 몇 차례 참석했습니다. 정말 참석하고 싶지 않은 곳이 애들 처벌하는 일을 결정할 때입니다.


 대선도회의는 교장, 교감, 생활지도부장, 교무, 연구부장과 그 학생의 학년부장이 참석하고 학교 운영위원인 학부모와 지역위원 등이 참석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징계가 결정이 되면 학교장의 명으로 징계에 대한 고지를 하고 학부모와 학생이 그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거나 받아드리면 1단락 됩니다. 재심이 요구되면 다시 회의를 열되 거기서 결정이 되면 그대로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1차 징계에 재심이 요구되서 다시 회의를 할 경우 그 아랫단계로 처벌이 완화되는 것이지 몇 단계 내려가는 일은 얘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퇴학처분을 받은 학생은 무기정학이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힘이 정말 대단합니다.

아버지가 전직 인권위원장이었고, 서울대명예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감형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처벌을 받은 것은 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될 일인데 서울대 수시에 합격했다니 이것도 대단합니다. 어떤 학교에서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아버지가 탄원서를 냈다고 해서 그게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참작할 뿐입니다.


 제가 정말 놀라는 것은 과연 보통 직장에 다니는 아버지의 편지도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정유라에 대한 얘기는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서 그 학교 교사들 여러 명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숨겨진 얘기들은 그냥 흘러가고 말겠지요. 힘 있는 아버지의 편지는 요술방망이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