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時雨 2021. 4. 10. 06:57

 이번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모두 열다섯 명으로 기억합니다. 그 중에서 도중 사퇴한 안철수 후보를 제외하면 열네 명인 것 같습니다. 열세 개의 정당에서 후보를 냈으니 한 사람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나 봅니다.

 

이중에 오세훈, 박영선 후보가 57.5, 39.2의 득표를 했으니 남은 것은 3.3%에 불과합니다. 득표율이 15%를 넘어야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두 후보를 제외하면 다른 후보는 선거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고 날린 셈입니다.

 

그 중에는 허 아무개처럼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후보가 있어 선거비용이야 껌값이라고 웃는 후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다 자기 주머니 털고 지인들에게 읍소한 돈이 아닐까 싶습니다. 5000만원의 기탁금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선거는 돈이 아니면 치룰 수가 없는 행사입니다. 그럼에도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선거에 발을 디디는 것은 그 나름의 계산이 있어서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나 나갈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기탁금 5000만원에 유세와 홍보물 제작까지, '쩐(錢)의 전쟁'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비용을 돌려받으려면 득표율 15%를 넘어야 한다. 거대 정당을 등에 업지 않은 군소후보들에겐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이에 4·7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은 패배의 상흔이 크다. 하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저 득표율을 기록한 '꼴찌' 배영규 신자유민주연합 후보는 속이 쓰리지 않을리 없다. 배 후보는 "섭섭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배 후보가 '당선'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선거를 보름 앞두고 지난달 26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그는 "서울시가 5년 안에 'AI 첨단 도시'로 거듭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이 뜻만 알릴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634표(0.01%)의 선거 최하위 불명예는 그의 기대에도 못 미친 결과였다. 배 후보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그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참패의 원인은 최종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보수성향 표심이 집결됐고, 애초 자신의 지자들마저 오 시장을 선택했다는 것.

 

배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는 오 시장과 나밖에 없었다. 두 사람 사이 보수 표가 갈릴 것을 우려한 유권자들의 의도는 알겠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거는 막을 내렸고, 배 후보는 남은 과제를 감당해야 한다. 돈 문제가 가장 어렵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예비후보 등록에 1000만원, 정식 후보 등록에 4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의 기탁금이 필요했다. 배 후보는 이중 4000만원 정도를 자신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51개 시민단체' 사람 중 일부에게 융통했다. 그는 "차용증을 써주고 빌렸다"며 "사실상 사비를 털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에 들어간 돈은 기탁금 뿐만이 아니다. 배 후보에 따르면, 유세비용 등을 더해 그가 선거에 쓴 돈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이동용 승합차를 빌리고 현수막을 제작하는 비용 등이 적잖이 들었다. 그는 "정산이 아직 안 끝나서,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건 빚 부담 뿐인 듯 하지만, 출마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애초 그의 공약은 '서울 AI(인공지능) 도시'였다. △서울을 열두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AI도시 초고층 빌딩'을 하나씩 건립하고 △빌딩 옥상에 드론택시(플라잉카) 정류장을 설치하며 △첨단 기술의 복합체로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현실성 등은 검증되지 않은 공약이지만, 배 후보 나름의 절박함도 엿보인다. 그는 나름의 절박함도 "국내 굴지 기업들이 AI 등 첨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다"며 "우리나라와 젊은이들 미래가 어떻게 되겠느냐, 한번 뒤쳐지면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구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그럼에도 배 후보는 앞으로의 정치 활동에 대해 "이번 선거 공약이었던 서울 AI도시와 기술 발전 얘기를 계속 하고 다닐 것. 사람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답했다.>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저는 선거 플랜카드를 보다가 놀란 것이 신지혜와 신지예를 혼동한 거였습니다. 6번 신지혜, 15번 신지예를 같은 사람으로 착각한 것은 이름이 비슷해서였는데 두 사람은 엄연히 다른 후보였습니다. 플랜카드가 아래 위로 붙어 있어서, 혹 예전에 나왔던 것을 같이 붙였나 하고 다시 보니 다른 사람이라 좀 황당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꼴찌를 한 후보가 배영규 ‘신자유민주연합’인데 634표로 0.01%의 득표를 했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이런 후보가 출마를 했는지도 오늘 기사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가 내어 놓은 공약이 오히려 다른 후보들보다 더 참신했던 것 같은데 거기에 눈길을 준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선거에서 표는 바람과 같은 것이라 그물로도 잡을 수가 없을 겁니다. 아무리 좋은 공약도 효과가 없고, 사람이 뛰어나도 효과가 없는 것이 선거판입니다.

 

정말 실현가능한 좋은 공약,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당선이 되는 그런 날이 언제 올 것인지 저도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