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보? 누가 수구?
<즉각적으로 굉장히 나쁜 결과가 나올 게 너무 뻔하다고 봤다. 안 그래도 축소되고 있는 전세시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될 입법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했고, 그 연장선에서 이 법을 발의하고 단독 처리한 당신들은 역사에 기억될 거라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항의였다.
지금 이제 와서 보니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나 박주민 의원을 보면 더 화가 난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법을 그렇게 밀어붙인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욕할 일이 없다. 사람 저마다 각자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전세금을 올릴 수도 있고 월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걸 욕할 사람이 어딨겠나.
그러나 이들은 이런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법을 만들고 자기도 지키지 못할 것을 국민들에게 지키라고 밀어붙였다. 결국 시장은 망가졌다. 그걸 뻔히 알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때문에 시장을 망가뜨렸다. 이제 저분들은 저 죄를 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이런 생각까지 든다.
진보가 아닌데 자꾸 진보라고 우기는 것에 대해선 여당의 586 정치인들이야말로 역사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586이 1980년대에 대학을 들어갔는데 그 당시엔 연간 성장률이 10%씩 찍을 때였다. 전 세계에서 우러러 보는 경제였다. 그때 일자리를 가졌던 우리들하고 지금 성장률 2%의 청년들이 너무 다른 상황이다.
이렇게 쪼그라들어 있는 상황이라는 건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을 위해서는 이전에 있었던 파이를 조금씩 나눠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기회를 더 열어주고 윗사람들에게 유리한 룰을 조금씩 바꾸는 게 상생이다. 그러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정말 어렵다.
그런데 이 정부는 어땠나. 우리 편은 다 옳고 약자야. 이렇게 시작을 했다. 인천국제공항사태라든가, 거대노조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들. 진짜 사회적 약자들이 아니라 자기편에 가까운 사람들만 본 거다. 과거엔 노조에 부합하는 정치가 사회 진보로 가는 방향이었다면, 이젠 거대노조도 기득권이 됐다. 청년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수구다.
토마 피케티의 핵심 논지는 자산 불평등이다.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석을 해보니 자산 격차가 매우 컸다는 것, 그런데 자산 중에서도 핵심을 차지하는 게 주택이다. 한국으로 치면 아파트. 다만 장하성·홍장표 두 분이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고 이야기할 때 대한민국 사회는 부동산이 상당히 안정화가 있었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에 좀 더 집중을 했다.
그러나 장하성의 책을 보면 굉장히 자기 입맛에 맞는 시기로 끊어가지고 데이터를 인용한다. 우리 같은 사람 보면 딱 안다. 자기한테 유리한 부분을 딱 잘라서 했는데 그 짧은 것도 문제지만 그 안에 내용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시작하자마자 최저임금 엄청 올렸다. 그 부메랑은 단기 알바와 일용직 위주의 저소득층에게 돌아갔다.
장하성이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임금이 생산성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데이터를 다뤘는데, 그 방식이 굉장히 잘못됐다. 데이터를 잘못 다뤘기 때문에 임금이 생산성만큼 오르지 못했다는 엉뚱한 결론이 나온 거다. 알고도 그랬으면 정말 나쁜 거다. 그건 범죄다. 한 나라를 이렇게 혼란에 빠뜨렸는데, 모르고 했다 해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선거기간 동안 선관위가 여당의 정체성을 정리해줬다. 내로남불, 무능, 위선이다. 부동산 정책을 보자. 자꾸 국민을 가르치려 든다. 집은 사는 곳이고, 머리 뉘일 곳이면 된다는 생각을 주입하려 한다. 그러면서 아파트 환상을 버려라, 강남 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미 자기들은 다 가졌으면서 말이다.
평생 임대주택에 살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자기 집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걸 인정하고 각각의 욕구들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것이 다 발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정부다. 그런데 이걸 망각하고 정부가 왜 자꾸 국민을 가르치냐는 말이다. 이게 곧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체주의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들의 다양성이나 다원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적 통제, 선출 권력과 같은 표현 등으로 선거에서 표를 많이 받았으니 자기들 멋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소수 의견도 보호하는 체제란 걸 모르는 것 같다.>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출처: 중앙일보] 윤희숙 “與는 진보 아닌 수구, 그게 20대가 분노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