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친일!'
<선거 때마다 '너 친일!' 낙인찍기 기승
4.15총선 공식전략채택 죽창으로 압승
"외교 관심 없고, 선거만 이기면 그만"
여권의 '친일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야권 유력후보를 친일이라는 틀에 가둬 여론의 우위를 점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해석이다. 타깃은 야권 1강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윤 전 총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언급을 두고 "일본 극우의 주장"이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물론 소속 의원들까지 총동원됐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전 총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과거에 문제 삼지 않았던 일이라면서 정치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는 원전 마피아 수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당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친일 공세를 펴며 윤 전 총장과 대립구도 만들기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윤석열씨는 일본 자민당 총재직에 도전한 것이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윤석열 공격수'를 자처한 여당 의원들도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이수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은 남의 나라 이야기, 흡사 일본 사람처럼 말하고 있다"고 했고, 김남국 의원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에게 반일 프레임은 여론을 뒤집는 '만능키'로 작동해왔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신(新)친일'을 언급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치적 전략이 총동원되는 대선정국에선 일찌감치 반일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해 4.15총선에서 야당을 향한 조직적인 친일 공세로 압승을 거뒀다.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의 '21대 총선 전략홍보유세 매뉴얼' 보고서는 "'일본 아베 정부에는 한없이 굴종적이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기에만 급급한 통합당을 심판해 달라'고 선거현장에서 공세를 펴라"고 안내했다.
4.7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이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공약으로 내놓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친일 DNA 발동", "친일적 구상"이라고 공세를 폈다. 당시 당지도부는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나라보다도 일본에 더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여당 후보들도 "일본에만 도움일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일해저터널의 경제적 효과나 타당성을 지적하기 보다 '친일'이라는 낙인을 먼저 들이댄 것이다.
이에 외교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여론의 감정을 자극하는 '반일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정에 책임을 진 여당이지만, 한일관계를 비롯한 외교 문제 보다 선거 승리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일본을 때리면 여론에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건 시사프로그램 패널들이나 할 얘기 아니냐"면서 "국정을 함께 책임진 여당 분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미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이나 관계 개선까지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내년 대선까지 국내 정치에 한번 더 악용되면서 나락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젠 '죽창'이 아닌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결국 외교 영역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적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위안부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우선적으론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일 간 외교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출처 : '친일 프레임' 꺼낸 여권…선거 때마다 '딱지' 붙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