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님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K-방역>은 대한민국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방역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이 키워드를 홍보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신에서 직접 K-quarantine 등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외신발 보도가 나오면 한국 언론은 K-방역에 대한 것으로 간주하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게 상당 부분 과장되다보니 대통령과 정부가 이에 고무가 되어 우리나라의 코로나 감염을 k-방역으로 막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중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의 세 가지 요소를 크게 3T로 요약했는데, 각각 'Test, Trace, Treat'입니다. 집단 감염이 아무리 빨리 확산해 봤자 그 속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속도보다 빠르게 조치를 취하여 감염병 확산을 막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Test: 검사역량의 확충’, ‘Trace: 확진자의 신속한 동선 추적’, ‘Treat: 확진자의 신속한 격리 치료’를 자랑했는데 이게 지금 전혀 먹히지가 않다보니 우리 국민들조차 k-방역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간 방역에 온갖 힘을 다 쏟아붙고 있는 정은경 질본본부장이 방패막이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대통령은 확진자 만 명까지 대비한다 했는데, 5000명에도 현장은 아우성입니다. 얼마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K방역을 이야기했지만, 도대체 이게 뭡니까. 이젠 이웃나라 일본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K방역은 정말 성공한 걸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모두 늘고 있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치며 매우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특별방역대책의 성공에 K방역의 성패가 걸려 있다는 각오로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정부는 5000명에서 1만 명까지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를 했다, 앞으로 확진자가 증가될 경우는 확진자 증가수가 문제가 아니라 증가된 확진자, 위중증 환자수를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고 지적했죠.
80% 접종 완료했는데 왜
하지만 지금은 만 명 대비는커녕 5000명 확진 때도 이미 비상이었습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90% 가까이 찼고,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공언처럼 정말로 확진자 만 명이 되면 어찌 될까요. 전문가들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6일 국회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시민의 희생에만 의지해 온 K방역 시스템의 예고된 실패다, 확진자 1만명까지 감당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5000명 수준에서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재택치료는 재택격리와 다름없고 말만 앞선 공공의료체계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당초 정부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금은 어떤가요. 성급하게 방역을 푼 뒤, 팬데믹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오미크론까지 겹쳐 앞날이 불투명합니다. 반면 일본은 하루 확진자가 100명대입니다. 며칠째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죠.
유독 한국만 치명률 높아
다른 나라의 상황을 비교해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6일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한국의 치명률은 1.46%입니다. 세계 평균보다 높고 독일과 일본, 싱가포르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특히 영국보다는 4배 이상 높죠. BTS 콘서트에 5만 명씩이나 모인 미국도 한국보다 치명률이 낮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원인은 두 가집니다. 바로 고령층 돌파감염과 병상 부족이죠. 고령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치명상을 입는 겁니다. 아마도 초기 백신 부족 사태가 주원인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초기 백신 물량이 모자라 1·2차 접종 기간을 늘였습니다. 백신 종류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두 번째 문제는 병상 확보입니다. 정부는 확진자 급증을 예상했습니다. 대신 위중증 관리를 핵심으로 봤죠. 하지만 결과는 제대로 대응을 못했습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90%에 달합니다. 병상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바꿔 타며 대기하는 실정입니다. 코로나가 아닌 다른 위급 환자는 아예 병상을 배정받기도 어려운 상태죠.
계속되는 국민의 희생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방역의 벽을 다시 높일 수밖에 없는 정부의 불가피한 조치에 대해 국민께 이해를 구한다, 강화된 방역조치는 코로나 확산세 차단뿐 아니라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시 국민의 희생을 요구한 것이죠.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순 없습니다. 당분간 더 국민들이 희생하고 참아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방역을 풀었다가 조이고, 이런 일들이 반복됐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의 K방역 타령도 그만 봤으면 합니다.>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충실히 따랐고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방역본부의 지시를 이행했는데 이젠 피로도가 너무 심해진 탓인지 정부의 방침에 대해 회의를 갖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은경 질본본부장의 노고에 찬사를 아끼지 않던 국민들이 이젠 반감을 가질 정도가 되었으니 염려스럽습니다. 정은경 본부장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감을 갖는 것은 그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일 겁니다.
처음엔 정은경 본부장에게 다 맡기는 것 같더니, 조금 나아지니 슬그머니 대통령과 정부가 그 공을 차지하고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을 두면서 질본을 따돌리더니 이제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로 앞세우지 말고, 남이 땀 흘려 노력한 것을 뺏으려 말고, 정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장의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어리석은 짓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