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선거관리 참사...
<2시간 가까이 추위 떨며 야외대기..빽빽한 줄 앞뒤서 '콜록콜록’
'투표함 없이 사무원에 투표용지 건네라' 안내에..""반장 선거냐" "제대로 처리된거냐" 고성 속 난장판
오후 6시30분 지나 실내 투표소 투표 가능..선거사무원이 신분증 수십개 손에 쥐고 일일이 호명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것보단 낫겠다", "책임자 나오라고 하세요."
5일 오후 고양시 덕양구 삼송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는 육두문자가 뒤섞인 고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를 위해 오후 5시 전후부터 늘어서기 시작한 줄은 30분도 되지 않아 수십 m로 불어났다. 이들은 1시간도 넘게 야외에서 대기했다. 수십명이 몸을 웅크리거나 제자리 뛰기를 하며 추위를 쫓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대기 줄에는 노인도 적지 않았고, 어린아이를 태운 채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도 있었다. 이날 양성 판정을 받고 사전투표를 하러 나온 기자의 코에서도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빽빽한 줄 앞뒤에서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참다못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줄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은 "투표용지 인쇄기가 5개뿐이어서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이 사무원은 "선관위가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실 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저희도 처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들은 선관위 직원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무원들이 야외 테이블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의 신분을 신분증과 마스크를 내린 얼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확인한 뒤, 신분증을 가지고 3층 투표소에 올라가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용지를 인쇄,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 건네느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듯했다.
확진 유권자는 봉투 안에 담긴 투표용지를 받아 야외 기표소에서 투표한 뒤 선거 사무원에게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돌려줬다. 관내 유권자의 투표용지는 밀봉되지 않은 봉투에 담겨 있었다.
선거 사무원이 위층 투표소로 가져가 관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외 유권자의 투표용지는 우편으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대기자들은 "확진된 것도 서러운데, 직접 투표함에도 넣지도 못하게 하는 거냐", "제대로 처리가 되는 거냐"는 우려와 불만을 표했다. 더구나 사전 투표를 하러 온 일반 유권자도 밀려들면서, 시간이 더 지체되는 것으로 보였다.
"안에서라도 대기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던 유권자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오후 6시 30분이 지나서였다.
"일반 유권자와 동선 분리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선거사무원들의 설명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이제부터는 일반 유권자들과 똑같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했다.
선거 사무원은 이미 걷어간 신분증을 수십 개를 손에 쥐고 투표할 차례의 사람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맨 앞줄에서 대기하던 기자의 이름은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됐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21분. 투표소에 도착하고 2시간 20분 만에 유권자의 의무를 다할 수 있었다.>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출처 : 연합뉴스, 확진자 사전투표 해보니..2시간20분만 가까스로 투표함에 한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관련 법령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151조 2항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투표소마다 단 하나만 설치된 투표함으로 옮기려다 논란을 빚은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사전 투표가 동시에 진행된 데서 비롯됐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확진자 투표 관리 특별 대책을 통해 본투표 시 확진자 투표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로 일반 투표와 분리했다. 그러나 확진자 사전투표의 경우 5일 하루로 지정하면서, 일반 투표와 시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조항을 인식했다면, 애초 별도의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현장에서 신분증이나 지문 스캔 대신 '본인 여부 확인서'로 확진자 신원을 확인하면서 장시간 대기로 불편을 겪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확진자와 비확진자 투표시간 분리로 '투표함 논란'의 소지가 없는 본투표 당일에도 재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확진자는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확인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확인서를 요구했다는 것이 선관위 측 입장으로 전해졌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관위가 확진자 투표 대책 자체를 늦게 발표해 법을 개정할 여지가 없었다"며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출처 : 연합뉴스, '투표함 1개' 보완책이 소쿠리? 비닐팩?…예견된 선거관리 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