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없는 농촌 길
코스모스는 멕시코 원산으로 세계에 널리 관상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꽃입니다.
‘높이 1∼2m로 자라며 털이 없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고 2회 우상으로 갈라지며 열편은 선형 또는 피침형이고 엽축과 나비가 비슷하다.
꽃은 6∼10월경에 피며 가지와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고 두상화는 지름 6㎝이며, 꽃색은 품종에 따라서 연한 홍색·백색·연분홍색 등 여러 가지로 꽃잎의 끝은 톱니처럼 얕게 갈라지며 통상화는 황색이다.
과실은 수과로 털이 없고 끝이 부리같이 길다. 약효는 청열해독(淸熱害毒) 작용이 있어 눈이 충혈 되고 아픈 증상에 약용으로 사용하며, 종기에는 짓찧어 참기름과 혼합하여 붙인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 꽃이 비록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도 없고 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의 길에는 전부가 다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하중희 작사. 김강섭 작곡
거기다가 가수 김상희 님이 부른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은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로 널리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 60대가 넘은 분들은 가을이면 어디서나 이 노래 가사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가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농촌 길가에서 이 코스모스를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 놀라운 현실입니다. 전국에서 몇몇 군데 가을 축제를 위해 코스모스를 파종하여 가꾼 곳을 빼고는 농촌 길에서 코스모스를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작년에 올려진 인터넷 기사를 보고 올 해에 김포 전류리와 강화도 석모도를 찾아갔더니 길가에 심어진 것은 별로 없고 그저 음식점 주변이나 가정집 마당가에 조금 보입니다. 강화도는 석모도 말고도 많은 지역에 코스모스가 있었는데 올 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왜 코스모스가 사라졌는지 생각을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코스모스가 없는 길’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전에 농촌 길가에 코스모스를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코스모스를 심었기 때문일 겁니다. 늦봄이나 초여름에 학교에서 코스모스 모종을 동네 별로 나누어 주면 아이들이 가져다가 길가에 심었습니다. 코스모스는 한 번만 심으면 다음 해 부터는 씨가 떨어져 자라기 때문에 다시 심지 않아도 무척 번성했습니다.
길가에 풀을 깎는 어른들이 아이들이 코스모스 심을 것을 알기 때문에 조심해서 풀을 깎았고 코스모스는 보호를 받은 셈이었습니다. 그러니 차가 다니지 않는 시골 농촌길 어디서나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만발했고 정말 정겨운 모습으로 가을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없어 학교는 다 폐교를 했고 동네에 코스모스를 심을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심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길가에 풀을 깎을 때에 낫이 아닌 예초기를 쓰다 보니 꽃이고 풀이가 더 베어져나갑니다. 그래서 해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이 자연스레 사라진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저도 코스모스를 심는 일을 해마다 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사람을 사지 심지 않으면 코스모스를 심을 사람이 없어진 것입니다.
축제를 하기 위해 심어진 코스모스도 아름답지만 코스모스는 길가에 피어 있는 것이 훨씬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혼자뿐인지도 모르지만 지난 일요일에 큰 기대를 갖고 나갔다가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코스모스를 전혀 못 찍은 것은 아니지만 누렇게 벼가 익은 논가 길에 줄지어 서 있는 코스모스는 이제 어느 곳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풍경일 것 같습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을의 정경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