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의원님 하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잇달아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았다. 두 사람은 부드러운 어투로 대화를 주고받았으나 말속엔 ‘뼈’가 있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해 한 장관이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혐오나 증오 정서가 퍼지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을 문제 삼으며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우리 한동훈 장관님을 제가 처음에 봤던 게 법무부에 오셔서 전임 인사할 때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느끼는 것은, 정작 장관께서 전임 정부와 인사들에 대해 혐오와 증오 정서를 갖고 있지 않은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이 “저도 잘 생각해보겠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정서를 묻는 건데 생각의 대상은 아니다. 혹시 본인이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단히 좋지 않은 정서라는 점을 지적드린다”고 했다. 한 장관은 “저는 그렇지 않고, 의원님도 저한테 안 그래 주셨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박 의원이 “내가 오늘 얼마나 부드럽냐” “제가 안 그러면 (한 장관도) 안 그럴래요?”라고 말하자 한 장관은 “저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두 사람이 은근한 신경전을 주고받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한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자, “고개 끄덕거리지 말고 답을 해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저는 한 장관에 대해 증오의 정서가 없다고 방송 나가서 (말했다)”고 했다. 한 장관도 지지 않고 “제가 다른 방송을 들었나 봅니다”라고 응수했다.
앞서 박 의원은 이날 오전 한 장관에게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정책국의 인원 증원에 관해 질의하던 중 한 장관이 몸을 기울이자 “자세를 뒤로 이렇게 하고 있다가 자세를 이렇게 하시는데 구미가 좀 당기신 모양”이라며 “장관이 올해라도 예산 심사 때 행정안전부 설득에 나설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이 “지금 그러고 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의원이 이렇게 물어보면 ‘예, 의원님. 그렇게 좀 해주십시오’ 하는 게 예의”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 장관은 “예, 의원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실세’를 언급해 한 장관이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정책국 직원들이 1명당 18명의 대상자를 담당하고 있다며 인원 증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인원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필요성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데 행안부에는 완전히 ‘소귀에 경 읽기’다. 제가 장관 할 때도 참 안 들어줬다. 그러나 법사위가 함께 협업을 하면 통과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실세(實勢, 실제 세력)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이 “그건 아니지만, 제가 의지는 갖고 있다”고 하자 박 의원은 “실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걸 못하면 실세(失勢, 세력을 잃음)가 된다”라고 해 한 장관의 실소를 유발했다.>국민일보. 권남영 기자
출처 : 국민일보. 박범계, 한동훈에 "'예 의원님' 하라"..'실세' 언급 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