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인데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한때 북한과 통일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비우호적’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전환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이 동일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22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인식’ 문항에서 ‘우호적’ 응답 비율은 43.5%(지원 대상 9.4% + 협력대상 34.1%)로 나타났다. 반면 ‘비우호적’ 응답 비율은 44.4%(경계대상 17.9% + 적대적 대상 26.5%)로 ‘우호적’ 응답 비율보다 0.9%P 높았다.
북한에 대한 우호적 및 비우호적 인식은 최근 우세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 2013년 조사에서는 비우호적 응답 비율이 48.6%, 우호적 응답은 44.4%였다. 2016년 조사에서도 비우호적 응답 비율이 48.5%로 우호적 응답 비율 40.6%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조사에서는 우호적 응답 비율이 50.8%로 38.0%를 기록한 비우호적 응답보다 10%P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크게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세 순위는 이번 조사에서 3년 만에 다시 비우호적 우세로 전환된 것이다.
통일 시기에 관한 국민 인식도 악화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 2006년 통일 시기에 관한 문항에 ‘가급적 빨리’라고 답한 응답은 28.0%였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의 비율은 이후 내리막 일로였다. 2008년 당시 전회 조사보다 2.9%P 감소한 25.1%를 기록했던 ‘가급적 빨리’ 답변 비율은 ▲2013년 19.0% ▲2016년 16.9% ▲2019년 11.1%를 거쳐 이번 조사에서는 10.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일 시기 관련 문항에 ‘굳이 필요 없음’으로 답한 비율은 2006년의 16.8%에서 2016년 32.3%까지 줄곧 상승했다. 이후 2019년 조사에서 27.8%로 한때 감소하기도 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6.6%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통일 시기에 관해 ‘서두를 필요 없음’이란 응답 비율은 같은 기간 55.2%→ 51.6%→ 55.4% →50.8% → 61.1% →53.3%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총 3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남북 평화 무드를 이어갔다. 또 2018~2019년에 걸친 2차례의 미·북 정상회담도 한반도 대화 무드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9년 2번째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이란 결론을 맞은 뒤 남북, 미·북 및 한반도 분위기는 조금씩 경색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북한은 2020년 6월 남북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고, 문재인 정부 임기 말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동·서해안 포격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대북·통일 인식 변화 추세도 이 같은 남북, 한반도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는 1996년을 시작으로 2001년, 2006년, 2008년에 수행된 후 2013년부터는 3년 주기로 진행돼 이번이 8차 조사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24일까지 한 달여 간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가구방문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문화일보. 박준희 기자
출처 : 문화일보. 文정부 때 ‘우호적 우세’ 대북인식 3년 만에 ‘비우호적 우세’ 전환[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