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열 받을
“오합지졸(烏合之卒)”은 ‘까마귀를 모아 놓은(것 같은) 병사. 까마귀 떼와 같이 조직도 안 되고 훈련도 없이 모인 무리라는 뜻으로, 어중이떠중이를 비유하는 말이다.’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까마귀는 사회성이 잘 발달된 새로 실제는 조직적이고 질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합지졸로 비슷한 의미로 쓰는 ‘당나라군대’는 막장 군대를 가르키는 말이지만 이 말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말입니다.
초기 당나라는 동아시아 내에서는 오늘날의 미국 같은 당대 최강국으로, 당시 당나라 군대는 중국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역대 최강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군이었습니다.
대 기병 전술의 발전으로 소수의 보병으로 다수의 기병을 제압하는가 하면, 북방 유목민들의 장점을 받아들여 기동력을 살린 경기병대를 출현시키고, 나아가 아예 사방에서 데려온 이민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당시 동양에 존재하던 거의 모든 병종의 장점을 모았고 유능한 장수도 많았기 때문에 당나라가 중국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오합지졸’이나 ‘당나라군대’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말로 생각하면 바를 것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군은 우리 대한민국에서 역사에서 가장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오합지졸’, ‘당나라군대’ 등으로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오합지졸’, ‘당나라군대’라는 말이 대한민국 군을 가르키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군은 그런 말이 황송할 상태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군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대통령과 정권의 책임일 것입니다.
<군대에서는 하계훈련과 동계훈련을 기본으로 한다.
혹서기와 혹한기에 대비한 훈련이다. 병사 1년 차 때는 고참을 따라다니며 배운다. 병사 2년 차 때는 신참을 데리고 다니며 가르친다. 이것이 한 사이클인데 이 사이클을 도는 데는 2년이 걸린다. 신병 교육을 받고 실제 군복무에 투입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2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육군을 기준으로 2002년까지는 의무 복무 기간이 26개월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24개월로 줄었다. 다시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21개월로 단축되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8개월, 즉 1년 6개월까지 내려왔다. 1년 6개월은 제대로 복무해도 한 사이클을 돌기에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 때 연대급 이상 기동 훈련이 중지되면서 그나마 그런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동 훈련은 부대의 단위가 커질수록 의미가 있다. 대대급 기동 훈련 10번 하는 것보다는 연대급 기동 훈련 1번 하는 것이 낫고, 연대급 기동 훈련 10번 하는 것보다는 사단급 기동 훈련 1번 하는 것이 낫다.
나는 1980년대 군 복무를 하면서 육군 보병 대대 소속으로 근접항공지원(CAS) 요청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근접 전투 상황에서 적이 있는 곳을 정찰하고 공군 조종사에게 폭격을 위한 좌표를 찍어 알려주는 훈련이다.
좌표를 잘못 찍어주거나 조종사가 잘못 알아들으면 적 쪽이 아니라 우리 쪽이 폭탄을 맞는다. 연락은 육군 내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공군 조종사와 하는 것이어서 상호 교신이 가능한 장비와 프로토콜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 그것도 연습을 해봐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 훈련을 통해 보병들끼리 움직이는 기동 훈련도 쉽지 않은데 제병(諸兵)협동훈련이나 육해공 합동훈련, 나아가 한미 연합훈련은 그 조율이 얼마나 복잡하고 연습은 또 얼마나 필요할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문 정부에서는 그런 훈련을 하지 않거나 지휘소 훈련(CPX)으로 대체했다. 훈련은 본래 CPX를 한 뒤 실제 병력이 참여하는 본훈련을 한다. 실제 해보면 CPX대로 되지 않는다. CPX만 한 것은 훈련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군이 그제 북한군 드론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KA-1 경공격기 한 대는 드론 대응을 위해 이륙하다 땅에 처박혔다. 전투기나 헬기가 드론을 탐지했으면 즉시 실사격을 해야 하는데 사람도 아닌 기계를 놓고 경고사격을 하고 경고방송을 했다.
사격 능력은 100여 발을 쏘고도 한 발도 맞히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드론 4대가 다른 1대를 위해 스스로의 위치를 노출하면서 교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빨리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정보 분석이 늦었다. 드론이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 사린 가스라도 뿌렸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군 드론이 5시간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보고만 받았을 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았다. 비상사태에 대한 감이 떨어진다.
군을 질책할 법도 한데 이번에는 5시간 동안 뻔히 보면서 뭘 했느냐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엉뚱하게 드론 부대 창설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드론을 탐지하고 격추할 레이더와 대공포가 아니라 드론 부대 창설을 언급했다. 엉뚱함의 정도가 전날 북한군 드론 침공에 대한 대응에는 실패해 놓고 우리 군도 바로 드론을 북한 영공에 침투시켰다고 발표한 합참과 비슷하다.
군대를 오합지졸로 만든 장본인은 문 전 대통령이지만 그 탓을 해봐야 지금 소용이 없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에서 북한 드론에 대한 대응 훈련이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그럼 그는 취임 이후 군에 대응 훈련을 시켰는데도 이 모양이란 말인가. 이제는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이 정부는 내년에 F-35 추가 도입 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했지만 그런 것으로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 훈련도 안 하면서 첨단 무기 도입만 그럭저럭 한 것이 문 정부다. 현실의 군대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좋은 무기를 획득했다고 당연히 전투력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첨단 미사일을 쐈는데 거꾸로 날아가고 군용기를 띄웠는데 이륙하자마자 땅에 처박히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잃어버린 5년을 만회할 혹독한 훈련을 통해 군의 대비태세를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동서고금의 어느 나라든 최우선으로 삼는 과제였습니다. 통치자가 현명한 나라와 시대는 이 과제를 실현시켰지만 무능한 통치자들은 이를 이루지 못해 나라를 망하게 하고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했습니다. 역사 속에 나오는 어느 나라든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통치자의 능력과 국민들의 단결력에 달려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과연 ‘부국강병’의 과제를 어떻게 실현하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빠져서 그저 자신들의 밥그릇이나 챙기기에 바쁘고 군 수뇌부는 좌고우면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보전에만 애를 쓰고 있으니 정작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군인들은 그저 편하게 지내다가 나오는 것이 현실일 겁니다.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군의 입영기간을 줄여 온 대통령들도 문제이고 그런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뽑아 준 국민들도 책임이 클 것입니다. 군에서 ‘훈련만 없으면 군대 생활할만하다’는 얘기는 군에 다녀 온 사람 누구나 아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전투력지수에 의하면 ‘정예군대’로 평가받곤 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당나라 군대’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이러한 망동은 불가사의하게도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군의 최고지휘관인 국방부장관들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시험 없는 학교, 훈련 없는 군대’를 만들었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입니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할 시급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