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니까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장경태 최고위원이 실신할 당시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기절쇼’라고 말한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을 향해 “패륜적 행위”라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의원이 쓰러진 것을 두고 장예찬 최고위원이 ‘쇼한 것 아니냐’고 한 것 같은데, 무릎보호대 얘기까지 하는 걸 보고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를 갖췄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정부·여당이 국정을 책임지고 국익을 지키고 민생을 살피는 그런 본연의 일은 다 팽개치고 오로지 야당 탄압, 정적 제거,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며 “민생에, 정치에 복귀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국민들이 너무 힘들다. 경제가 너무 나빠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에 장예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형수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게 패륜”이라며 “이 대표가 감히 패륜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느냐”고 맞받았습니다.
그는 “제가 무릎보호대를 하고 양반다리를 한 게 민주당 입장에서 뜨끔한 모양”이라며 “장경태 의원 스스로 밝힌 ‘무릎보호대를 하면 양반다리 못한다’가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패륜(悖倫)”이라는 말이 이재명 대표 입에서 나오는 것이야 뭐 얘기할 것도 아니지만 괜히 말을 꺼냈다가 자신의 업보에 대해 다시 상기시킨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거세다.
리더십 위기다. 그런데 여의도 인사들에게 그가 진짜 물러날 것 같으냐고 물으면 여야 없이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여러 갈래의 분석이 나오는데, 요지는 비슷하다. 한마디로 ‘이재명이니까’다. 쉽지 않았던 삶 속에서 터득한, 거의 무조건반사로 나오는 그의 생존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호불호를 떠나 그간 정치 행로에서 그 ‘능력’ 하나는 모두 인정하는 바가 아니던가.
대중이 열광할 소요와 언어(메시지)를 단박에 갈파하는 직관력, 명분과 실리를 놓고 계산하기보다 그 경중에 관한 도덕과 상식을 무시하는 정치 현실주의,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생존에 최적 항로라 판단하면 주저하지 않는 실용과 추진력,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달라도 책임 유무를 회피하며 일관성으로 덧칠하는 화술과 능란한 변칙.
한 가지 더 있다. 프레임 전술의 귀재다. 이슈가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본질적 논점을 피하면서 정국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바꿔버린다.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사건 등의 리스크에도 득표율을 1위와 0.73%포인트까지 좁혔고, 패장임에도 국회에 입성해 당권까지 거머쥔 기세에는 그 모순형용적인 정치력과 이를 추종하는 팬덤이 있었다.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헌정 초유의 검찰 기소에도, 5명이나 되는 주변 인사의 극단 선택과 사망에도, 당 안팎의 줄기찬 사퇴 압박에도 ‘대표 이재명’이 유지되는 근간이다.
그 신통한 정치술의 효능이 요즘 예전 같지 않다. 프레임 전술부터 번번이 먹혀들지 않는다. 지난 4월에 확산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5월 중순에 불거진 ‘김남국 코인’ 의혹이 시발이다.
이 대표는 도깨비방망이를 들듯 ‘검찰 탄압’ 프레임을 밀어붙였고, ‘일시 탈당’ 수습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파장은 커지고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검찰 악마화 약발이 기대만큼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따져보면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한 2021년 10월부터 1년8개월, 2019년 10월 조국 사태 시점으론 3년8개월 넘게 써먹는 프레임이 아니던가.
미래 권력을 잡겠다면 능동형이어야 할 정당과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피동형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었다. 더욱이 법 집행자를 너무 오래 무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법이 만만해 보인다. 준법이 하찮은 일이 되고 윤리와 도덕도 거추장스러워진다.
어느새 ‘대의와 명분이 있으면 불법(illegal)이라도 정당하다(legitimate)’는 옛 운동권 논리가 횡행한다. 지난 12일 민주당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은 프레임 부작용, 불법 불감의 병증을 확인해준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말 돈봉투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귀국한 송영길 전 대표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의힘) 김현아 의원은요?”라고 되물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김 전 의원으로 이슈를 돌리려 한 것이다.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은 적도 있다.
누가 봐도 뻔한 속내라서 되레 비난을 샀다. 나중에 이 대표는 “제 살점을 뜯어서 낚시를 한 것”이라고 비유했다고 한다. 자기희생, 프레임 전술에 임하는 이 대표의 인식이다.
그런 전술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관저 방문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이슈로 국면 반전을 꾀해보겠다는 야심작이었을 것이다. 유튜브 중계까지 했다.
결과는 15분 동안 오만불손한 행위에 멍석을 깔아 준 외교 참사가 돼버렸다. 사퇴론을 눌러보려 혁신위원회를 띄웠으나 대중의 뇌리에 남은 건 최단명 ‘9시간짜리 위원장’뿐이다.
이 대표는 연일 “35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론은 “세수가 부족해 벌써 45조 원 적자인데 35조 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정부쪽인 듯하다.
이재명 꾀에 이재명이 지고 있다. 그리 깊지 않은 전술을 너무 자주 구사하고, 이제는 수가 쉽게 읽히는 까닭이다.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전히 20%대 지지율로 1위라지만, 이 대표 정치 생존력은 하방으로 꺾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문화일보. 오승훈 논설위원
출처 : 문화일보. [오승훈의 시론]이재명 전술에 이재명이 진다
재명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언행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겁니다. 그를 지지한다는 소위 ‘개딸’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저을 일이 하도 많아서 제가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고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들로 버텨왔지만 이제 그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늘 4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기들끼리 희희낙락하겠지만 그렇게 지지가 높았던 이회창 대표를 생각해보면 앞이 보일 겁니다.
이재명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재명이니까 어려울 거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