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재산 상속과 신분 세습

마루/時雨 2023. 10. 1. 11:26

   <상속세의 원조인 영국에서 상속세가 폐지될 전망이다.

 

더타임스는 최근 리시 수낵 총리가 단계적 상속세 폐지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상속세율 40%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식으로 없애겠다는 것이다상속세는 영국인 사이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세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상속세 폐지 찬성 여론이 48%폐지 반대(37%)보다 높다수낵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표를 겨냥해 상속세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사회 불평등 해소재정 조달 등 목적으로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도입했다하지만 부유층을 겨냥한 상속세가 자산 가치 상승으로 중산층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원성의 대상이 됐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 축적한 자산을 자식에게 넘겨주는데 또 세금을 걷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높은 상속세를 피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도 심각하다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에서 상속세를 없앴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 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기업 경영권까지 물려받으면 할증돼 60%로 높아진다기업을 23세대 상속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라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종자업체 농우바이오손톱깎이 제조사 쓰리쎄븐 등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경영권을 다른 곳에 팔았다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상속세 대신에 각 유족이 상속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부모 잘 만나 상속 많이 받았으니 많이 내는 건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면 재산 상속이 아니라 신분 세습은 어떤가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 자녀들이 로스쿨을 나와서 유명 로펌을 거친 뒤 판검사가 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날로 공고해지고 있다.

 

로스쿨 입학과 로펌행에 부모 찬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차라리 다같이 못살고 말자는 식의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신분 세습의 통로가 된 로스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질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세계일보박희준 논설위원

 

   출처 세계일보오피니언 설왕설래, 재산 상속과 신분 세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