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조장하는 실업 급여
<최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는 2869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만9000명 늘었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8만9000명 줄었다.
정부는 인구 증감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지만, 단순히 인구 구조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지난 1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쉬었음’ 인구는 232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만3000명 늘었다. 통계청은 왜 쉬었는지 이유도 분석했는데, 15∼29세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32.5%로 가장 많았다.
10월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최근 5년(2018∼2022)간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나타난 추세도 비슷했다.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내내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50% 이상이었고, ‘쉬었음’ 비중은 2020∼2021년 9.8%에 이어 지난해에도 8.9%에 달했다.
이처럼 청년들은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인데, 기업 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3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현재 필요 인력을 채용하는 게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58.1%에 달했다. 3년(2023∼2025)간 인력수급 동향 전망도 ‘현재 수준 유지’(62.7%) 또는 ‘악화할 것’(31.7%)이 대다수였다.
경영계는 이런 괴리의 배경에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가 있다고 본다. 경총은 최근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이 취업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짚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이와 연동된 ‘구직급여(실업급여)’의 하한액(1일 최저임금의 80%)도 치솟았다. 게다가 실제로는 구직급여가 최저임금에 육박하고 있다.
구직급여는 휴일에도 똑같이 지급되므로, 월 지급액이 올해 기준으로 185만 원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209시간(주휴수당 포함) 일한 것으로 계산해 201만 원이 된다. 구직급여가 최저임금의 92%인 셈이다.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최소 ‘기준기간’(18개월)과 ‘기여기간’(실직 전 18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180일)이 짧아서 실업급여 제도의 비효율을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반복해서 구직급여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독일, 일본, 프랑스는 기준기간이 모두 24개월이다. 일본과 독일은 기여기간도 12개월로 길다. 경영계는 △구직급여 하한액 폐지 △기준기간은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기간은 180일에서 12개월로 연장 △반복수급자에 대한 구직급여 감액 등 개선안을 제시했다.
사실 국회에는 지난 5월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실업급여 제도 개편 법안(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 이미 상정(9월)돼 있다. 홍 의원 안은 경영계가 요구하는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에 따르면 여당은 지난 7월 실업 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어렵지 않은 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문화일보. 김성훈 산업부 차장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실업 조장하는 실업급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