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지난 2022년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선된 것을 비난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패러디 사진. 당시 SNS에서 유포된 바 있다. 옛 트위터 캡처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두고 “이재명 대표 나 혼자 살겠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진 교수는 지난 1일 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민주당 공천의 콘셉트는 간단하다”며 이같이 말했는데, 그는 “총선은 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당에서 나는 살아야겠다. 일단 당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된다. 나의 리더십에 도전할 수 있는 모든 싹은 다 제거하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그 콘셉트대로 가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진 교수는 “사실 이 대표한테 총선을 이기는 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당권을 잡는 게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무리하게 잘라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걸 혁신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정말 파렴치하다고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걸 혁신이라고 어느 국민이 (말하겠나)”라며 “진보 언론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는데, 진 교수는 “이동형, 김어준 등 유튜브가 이걸 이용해 먹는다”며 “직접 민주주의적인 요소를 상당히 포퓰리즘적으로 이용해 먹는 그 세력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대표 이해관계와 결탁을 해 당 전체를 말아먹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함께 출연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을 개혁하겠다는 당원의 뜻이 있고, 이 대표가 총대를 매고 하다 보니 조금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며 “그러나 피를 흘리지 않고 개혁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 나온 발언입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말을 하던 이재명의 마이웨이는 계속될 것이고 그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게 될 것입니다.
<22대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파열음으로 가득 찼다. 민주당이 내세운 ‘시스템 공천’이 이재명 대표의 방탄과 사천을 위한 면피용 구호로 전락하면서, 내분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이번 공천을 앞두고 혁신을 강조했다. 전통의 시스템 공천을 자랑하며 인적 쇄신을 내세웠다.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 당규를 신설하면서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천과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을 위한 특별 당규가 다른 당규의 규정보다 우선한다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정과 원칙은 제대로 지켜졌을까.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내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첫 사례가 박용진(서울 강북을) 의원. 21대 국회 회기 중 박 의원은 법안 82건 발의에 상임위 참석률 95%라는 좋은 기록을 보였음에도 현역의원 하위 10%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대표는 법안 6건 발의에 상임위 참석률 35%였다.
박 의원은 경선엔 참여할 수 있지만 총 득표에서 30%를 빼는 페널티를 받는다. 경쟁자인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에 대한 강성당원들의 지지를 볼 때 결선투표가 만만치 않다. 결선에서 59%를 득표해야 감산 후 41.3%가 되고 41%를 득표하는 상대를 앞설 수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18%포인트 이상의 투표율 차가 필요한 것이다.
비명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공천 역시 시스템 공천을 무색하게 하는 절차 위반 사례로 기록됐다. 당 지도부가 찐명으로 통하는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을 이 지역 경선에 참여시키기 위해 일요일인 25일 심야 최고위원회의까지 열면서 무리수를 뒀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 파동의 하이라이트는 친문의 상징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공천 배제였다. 당 전략공관위원회는 27일 임 전 실장의 탈락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공천 배제 결정을 재고해 달라”며 지역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공천이 얼마나 사천이 됐는지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금까지 지역구 단수공천이 확정된 60여 명의 현역 의원 가운데 친문이나 비명 숫자는 다섯 손가락 이내로 꼽힌다.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도 시스템 공천을 비웃듯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친명에 유리한 여론조사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외부인사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성남시장 시절의 이 대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의 ‘현역의원 제외 불공정 여론조사’가 반대파 공천 탈락의 도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확산 중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취임하면서 시스템 공천과 통합을 공언했지만, 공천 심사 결과는 ‘친명 횡재-비명 횡사’ ‘친명 단수-비명 경선’으로 나타났다. 공천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힌 운동장’이라는 내부 비판을 반박할 팩트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공천이 되고, 결국 유권자의 야당 심판론 심리를 키우게 된다.
시스템 공천의 본질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박용진·김영주 의원 등이 공천 심사평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당은 이를 묵살했다. 정보공개를 원하는 이해당사자들에게 평가표를 공개하는 것이 불만과 불신을 잠재울 방법이지만, 임 공관위원장은 “당규에 어긋난다”며 이를 거부했다.
공관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당사자에게 비밀 유지를 약속받고 해당 자료를 열람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다. 평가 근거를 공개했을 때 생기는 문제보다 비공개로 할 때 더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천 잡음이 발생하는 이유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이 너무 많이 당선돼 기득권 현역 의원들의 저항이 컸을 것이라는 논리가 있는데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시스템 공천이라면서도 과정이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가 비명 학살 공천을 집요하게 하는 것엔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시 친문 등 비명 진영에서 조직적인 체포동의안 찬성 움직임이 있었고 이 때문에 구속 직전 위기에 몰렸던 것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측근이자 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지난 23일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비명계가 대부분 포함된 것에 대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커밍아웃하기도 했다.
현역의원 평가의 주요 항목인 ‘동료의원에 대한 다면평가’가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 사태가 벌어지고 두 달 후인 지난해 11월에 시행됐다는 점에서, 친명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찬성표를 행사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비명 의원들을 대거 부정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천이 진행될수록 하위 20%로 평가받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미 김영주·이수진·박영순·설훈·이상헌 등 5명의 의원이 탈당했거나 탈당을 시사했다.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친명 5선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시흥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친문 의원들은 거의 매일 좌장급인 홍영표 의원과 만나 탈당 등 대책을 논의한다.
친문·비명 진영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이 설혹 소수당이 된다 하더라도 확실한 ‘이재명당’을 만들어 친명 강철대오를 구축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확신한다. 그래야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돌파하고 대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스템 공천으론 친명 꽂아넣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명에 불리하고 친명에 유리한 고무줄 잣대가 필요했다. 비명 노웅래 의원은 재판 중이어서 안 되는데 더 많은 재판을 받는 이 대표는 되는 것도, 라임펀드 환매 사태로 재판 중인 김근태계 기동민 의원은 컷오프되는데 같은 사건에 얽힌 친명 이수진(비례) 의원은 친문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경기 성남중원) 경선에 참여시키는 것 등이 이를 말해준다. 고무줄 잣대로 시스템 공천은 무력화됐다.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평가는 공천 과정에서 시작된다. 유권자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불공정 공천과 이에 따른 내분이다. 시스템 공천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반시스템 공천=사천’을 하면서 정당 지지율이 하락세에 들어선 게 이를 말해준다.>문화일보.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이 대표는 지난 26일 인천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지역 민생 행보에 나서면서, 잇달아 윤석열 정부를 저격하며 민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공천 파열음으로 인해 이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KBS광주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서 "20대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0%였고 새누리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두 배 정도 앞섰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졌다. 이유는 공천 갈등 때문"이라면서 "그런 사례를 놓고 보면 민주당이 공천 갈등 때문에 총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상당히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하지만 감동이 없는 공천과 시끄럽지만 약간의 감동과 혁신이 있는 공천, 총선 승리를 위해서 어떤 것이 더 좋느냐라고 하면 전자가 훨씬 낫다"고 덧붙였습니다.
40여 일도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또 무슨 일을 벌일 지도 아무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