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
<오는 4월 10일 총선을 27일 앞두고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과 입당, 그리고 창당 등으로 정치권이 요란하다.
출마 예정자들은 모두 국가의 장래와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며 자신이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 당위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선진국 수준에 걸맞은 정치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논리와 역사적 고찰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이념 다툼도 진영에 갇혀 시답잖은 언변 일색이다.
어느 사회든 자원은 희소하고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또, 인간은 눈앞의 이익은 크게 보고 먼 이익은 작게 본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에 쉽게 유혹된다. 물론 이런 인간의 타고난 성정은 바꿀 수 없으며 선악의 판단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모든 사회 분석은 인간의 자기중심성을 대전제로 해야 한다.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어떠한 분석이나 정책도 그릇되고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만을 위한 행동은 서로의 협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생존 확률을 낮춘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을 통해 경험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덕과 법이라는 정의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발전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면서도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의의 규칙은 인간이 절대적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므로 정의롭지 못한 행동 규칙이 제거되는 과정을 통해 발전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질서 안에서 사회는 문명화되고 진보한다. 그런데도 자기중심적 인간은 정의의 규칙을 위반하고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총선철을 맞아 요즈음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이들에게는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눈앞의 이익만 보일 뿐, 정의의 규칙을 지키는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대다수의 정치인이 개인과 국가와 정부는 무엇이며, 사회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져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며, 이를 위해 국회나 행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합당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수준 높은 논설을 펼치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상대방의 언행을 꼬투리 잡아 비판하는 언변만 난무할 뿐이다.
이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할 현상이다. 국가와 공익을 위한다는 그들의 행동이 자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없다면 인간이 처할 환경을 바꿀 수밖에 없다. 정의의 규칙을 지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명예와 재선 가능성을 키우는 등의 보상을 하고, 어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명예, 엄격한 처벌, 낙선시키는 등의 손해를 보도록 하는 것이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은 다시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하는 불문율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에 정의의 규칙을 지키는 인사들이 모여 정치가 정화되고 품격도 높아진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할 정치인도 언제든지 회생할 수 있는 아수라장 정치 생태계를 나타내는 요설(妖說)일 뿐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민주정(民主政)은 전 세계적으로 타락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정 국가의 수는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떨어졌다. ‘갈등의 시대’로 명명된 2023년 세계 민주정지수의 평균값은 10점 만점에 5.23으로 이전의 최저치 5.29보다도 더 떨어졌다.(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조사기관 인텔리전스유닛(EIU)의 167개국 평가 자료)
지금 대한민국 유권자는 특정 진영의 승패보다는 국가 자체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때다. 문제투성이인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분법적 논쟁을 떠나 진정으로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사회질서와,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구현하는 이념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정치 선진화를 구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져야 할 때다.
그것은 곧 크기는 작지만, 질적으로는 수준 높은 ‘작은 정부’를 실현하는 일이라는 점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이 가진 지식·관심·품격을 판단하고 선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도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 선진화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것이다.>문화일보.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평, 유권자 안목이 정치인 수준 좌우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너무나 많은 혜택과 권한을 누리고 있습니다. 공공에 대한 봉사라는 소명 의식 없이는 정치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는 스웨덴과 비교해선 특히 그런데 범국민 차원에서 의원들의 특권을 없애는 운동을 전개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최연혁(65)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문화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유학 후 생활 터전으로 삼은 스웨덴 정치와 많은 면에서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덤덤하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지만 충격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기 때문에 별 문제의식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을 최 교수는 스웨덴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 오롯이 드러냈다. 현재 최 교수는 연구교수로 연구년을 얻어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최 교수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데 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며 “스웨덴에선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국회 윤리위원회가 해당 의원을 제적할 필요조차 없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도 그럴진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주도로 정당이 만들어지거나 옥중에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을 만들고 지역구에 출마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최 교수 얘기다. 그는 “스웨덴에는 범법자가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강한 사회규범이 살아 있다”며 “그런데 한국에선 재판 중이거나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이 총선을 겨냥해 당을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체포 특권 이외에도 한국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특권은 또 무엇이 있을까.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300만 원, 연간 1억5700만 원을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웨덴 의원 연봉은 1억 원 정도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스웨덴의 1인당 GDP는 한국의 2배인 6만 달러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비 이외에 사무실 지원 경비 1억 원의 절반은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거의 매년 3억 원의 후원금을 받는데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에 이 후원금은 개인적으로 챙길 여지가 많다. 이것만 합쳐도 실질 연봉 5억 원은 가볍게 넘는다.
최 교수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약국 등을 공짜로 이용하고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이런 특권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는 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이다. 보좌진을 수행비서·운전기사·지역구 관리원 등으로 쓴다. 최 교수는 “스웨덴에선 의원 배출 정당에 대해 10억 원을 주는데 당 차원에서 보좌진을 확보해 의원 필요에 의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 규모다. 스웨덴 국회의원실은 3∼4평이다. 스웨덴 의원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직접 옷을 받아 걸어주며 커피를 끓여준다고 한다.
그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 혹은 경조 행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돈을 챙기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스웨덴 등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스웨덴 사람들은 경조 행사 때 돈을 안 내느냐고 물었다. 안 내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와인 등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금을 주고받는 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 역시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정치 문화는 늘 바뀔 수 있고 정치인 의식 역시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 다음에 민주화이고 민주화 다음에는 의식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화가 민주주의의 제도화라고 한다면 의식 개혁은 제도를 성숙하게 운영해나갈 수 있는 의식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선 당마다 정책 학교라는 게 있다고 한다. 대개 10대 초반에 가입한다고 하는데 스웨덴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치인 양성 과정을 통해 배출된다고 한다. 이러한 안정된 시스템이 정치인들의 전반적인 자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 같다고 최 교수는 풀이했다.
그는 “시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국민협의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나도 대학교 때 시위를 벌이다가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맨 적이 있지만 운동권 출신들이 운동 전력을 내세워 정치권으로 대거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물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열정으로 국회에 들어오는 건 문제 될 것이 없으나 학생 시절 한때 간부로 활동했던 것을 무기 삼아 국회 진출을 노리는 것은 특권의식에 눈먼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민주화나 인권을 중시한다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선 왜 이야기 못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에 따르면 지금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인데 이러한 차별은 강성 노조에 의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그는 “거리를 점거하고 시위할 권리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권리가 상충한다면 자유롭게 활보할 권리가 우선한다”며 “폭력을 일삼는 시위 문화도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하면 제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팬클럽 수준에서 머문다면 팬덤 정치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하는 데까지 나아가면 법으로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분야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현했으면 하고, 전임자가 남겨놓은 것 중에서 선별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권력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스웨덴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쇠더른턴대를 거쳐 2016년부터 린네대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문화일보. 유회경 / 김군찬 / 권도경 기자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韓 국회의원 혜택 너무 많아… 범국민 차원 ‘특권폐지 운동’ 전개해야
<비례 위성정당을 둘러싼 여야의 꼼수 정치가 점입가경이다. 2020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당시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은 편법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변칙을 동원해 비례대표제 취지까지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연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선 시민사회 추천 몫 후보 교체로 시끄럽다. 최근 시민사회가 진행한 국민 오디션에서 여성 1, 2위를 차지한 후보의 이력을 뒤늦게 문제 삼은 민주당이 "사실상 진보당 후보 아니냐"라며 퇴짜를 놓자, 시민사회 측은 어제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과 이주희 변호사로 교체했다.
남성 2위 후보로 추천됐다가 '병역 기피'라는 이유로 컷오프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두고도 논란이 예고돼 있다. 민주당이 야권 연대용 '통합형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다 보니 비례대표가 전문성 강화 같은 취지는 사라지고 연대 세력 간 '나눠먹기' '꽂아넣기'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공당이 책임져야 할 후보 추천과 검증을 방기하면서 벌어진 촌극이다.
국민의힘은 그제 윤리위원회를 열고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당적으로 갈아탈 비례대표 국회의원 8명을 제명했다. 의원 8명의 당적을 옮기는 것은 비례대표 선출용 투표용지에서 기호 4번을 받기 위해서다.
이 경우 지역구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동일하게 두 번째 칸을 차지하게 된다. 의원 꿔주기는 4년 전에도 비판받은 대표적 꼼수다. 민주당 역시 비례대표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을 대상으로 꼼수 제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위성정당으로 여야는 선거보조금까지 두둑하게 챙긴다. 4년 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현역의원 20명을 제명해 만든 미래한국당으로 약 61억 원을, 민주당은 의원 8명을 제명해 만든 더불어시민당으로 약 24억 원을 선거보조금으로 수령했다. 총선 후 경상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까지 합하면 위성정당에 투입되는 혈세는 더 늘어난다.
비례제 취지를 왜곡할 뿐 아니라 세금까지 축내는 꼼수를 버젓이 반복하면서 표를 달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한국일보. 사설
출처 : 한국일보. 오피니언 사설, 위성정당 꼼수에 꼼수 반복하는 여야, 국민이 우습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