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달렸을 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에 대해 “공감 못 할 부분이 많지만 사법제도는 시스템”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안에서 바로잡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2심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이번 판결에 굉장히 환호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듯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징역형 판결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상당히 아쉽다”며 “상급심에서 진실이 제대로 가려지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유상범 의원은 “1심 판결이 과연 기존 판례와 법률에 충실한 결정인지 법조계에서조차 비판이 강하다”며 “이 대표와 그 측근들로부터 집요하게 요구받아 거짓 증언을 한 것인데 (위증)교사에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 경험칙·논리칙에 맞는다는 건지 1심 재판부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양심과 법리에 따른 결정으로 일반 국민의 상식에 비춰봐도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돼 법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더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출처, 국민일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불리한 판결은 온갖 험담으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정말 그들이 똑 같은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정치인에게 거짓말은 칼과 같다. 그 칼은 국민을 겨누기도 하고 자신의 정치 인생을 겨누기도 한다.”
다름 아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그는 에세이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서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거짓말과 관련된 혐의가 비수가 돼 이 대표를 겨누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의 ‘피선거권 박탈형’ 선고로 정치 인생의 중대 고비를 맞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선거법 선고 직후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주말 장외집회에서는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나는 살고자 한다’는 구명 신호로 받아들인 걸까.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재판부를 직격하는 말들이 거리낌 없이 뱉어졌다.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짜맞추기 정치 판결” “사법살인”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항변이나 불만 토로 수준을 넘어 사법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게 했다. 제1야당이 사법부 독립 원칙을 훼손하고, 사법 불신의 불을 댕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감정적 대응과 법정 밖 여론전이 판결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선거법 1심 선고로도 확인됐다. 민주당은 ‘사법부 겁박’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100만 명 이상이 동참한 무죄 탄원서를 접수하고, 선고 당일 법원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도 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법원 누르기가 되레 반작용을 불렀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상 밖 중형이 내려졌다. 선고 이후 일부 친명계 인사들이 보인 과격한 언사 역시 강성 지지층에 카타르시스를 줬을지 몰라도 이 대표에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 않다.
반면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이번엔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정의로운 판결”이라며 앞 다퉈 재판부를 칭송했다. 열흘 만에 법원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각각의 재판부는 맡은 사건을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하고 각자의 판결을 내렸을 뿐인데, 정치권에서 이를 마음대로 재단해 우리 편에 유리하면 ‘정의’, 불리하면 ‘불의’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두 건의 1심 선고를 계기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시곗바늘은 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위증교사 무죄에도 이 대표에게 채워진 재판의 굴레가 완전히 벗겨진 건 아니다. 민주당도 혹여나 이 대표가 향후 재판에서 선거 출마 자격이 최종 박탈될 것에 대비해 조기 대선을 치르는 길로 달려가는 분위기다.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고 서둘러 대선을 시행해 이 대표가 당선되면 지금의 모든 사법리스크는 무위로 돌아갈 거란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현재로서 희박할뿐더러 ‘이재명 구하기’를 위해 정국을 전쟁으로 몰아간다는 비판이 무거운 족쇄처럼 따라다닐 터다. 두 선고 결과를 받아든 이 대표 역시 재판은 사법의 영역에서 대응할 문제라고 인식했을 것 같다. 섣불리 입법권으로 법원 판결까지 통제하려다간 역효과만 낼 수 있으니.
이 대표는 에세이에서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바닥까지 내려가 박차고 올라오기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그의 강인한 생명력을 감안하면 사법리스크에 묶여 속수무책 가라앉는 장면은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다만 다시 한 번 대권에 나서 유권자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면 그 일차적인 전장은 거리가 아닌 법정이 돼야 한다. “민심의 법정은 영원하다” 할지라도 굴러가는 재판의 수레바퀴 아래서 법정 밖 여론은 당장의 구명줄이 되지 못한다.>국민일보. 지호일 정치부장 blue51@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오피니언 [돋을새김] 사는 길은 법정 안에 있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2521102&code=11171358&sid1=col
거짓말을 자주 하다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그게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 그 말이 딱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나라도 흔치는 않겠지만 그 거짓말도 어느 정도야 하는 것이지, 자리가 바뀔 때마다 하면서도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더 할 말이 없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