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영혼 없는’ 공무원을 뿔나게 하지 마라

마루/時雨 2024. 11. 28. 05:55


  <“
대상자가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죠코드 인사를 찾으려니 검증이 길어질 수밖에요.”

 

현 정부의 인사 방식을 놓고 공직사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역대 어느 정부도 명확한 인사 기준이나 원칙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도가 심하다는 평가다적재적소는 차치하고 적시(適時)에 대한 개념도 없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장기 공석인 보직이 상당함에도 무탈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공직사회의 평정심이 놀라울 정도다.

 

지난 6월 차관 인사는 여전히 회자된다교체 대상인 환경부 차관은 당시 녹색시장 개척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 중이었다예정된 인사였다면 해외 출장을 가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5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 선진특허 5개국(IP5) 특허청장 회의에는 청장 직무대리가 참석했다. IP5 특허청장 회의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세계 5강에 들어갔다는 상징성이 있다회의에 앞서 참가국에서 공석인 청장의 임명 여부를 문의하는 민망한 상황이었다. ‘불요불급하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외 출장 중에국제회의 중에 할 정도로 급한 사안은 아니었다.

 

대통령실은 사정이 다르다공석이 생기면 각 부처 에이스를 곧바로 차출한다그러면서도 부처 후속 인사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차관으로 승진한 고용노동비서관과 기후환경비서관은 나흘 만인 6월 24일 인사가 이뤄졌다.

 

현장은 어땠을까후임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넉 달이 지난 11월 1일에야 임명됐다국토교통부와의 인사교류로 나가 있던 국토정책관을 승진 임명하며 또 다른 공석이 생겼다고용노동비서관으로 빠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여태 임명되지 않았다.

 

기조실장 부재 속에 김문수 고용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및 국정감사는 마쳤다지난달 말 정책기획관마저 기획재정부로 복귀하며 내년 예산 및 법안 등은 컨트롤타워 없이 실·국에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현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노동개혁 주무 부처마저 이러니 다른 곳은 짐작할 만하다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로 관가에서는 검증을 들고 있다인사 검증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

 

여성가족부는 더 심각하다현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에 지난 2월 말 장관이 사임한 이후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장관뿐 아니라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기획관과 성범죄로부터 여성과 아동 및 청소년을 보호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권익증진국장도 9개월째 비어 사실상 식물부처로 전락했다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는 여당 의원조차 우려를 표했다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장관)대행과 국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는 대통령을 보조하는 행정조직으로손발의 역할을 한다예산은 기재부가조직은 행정안전부가 총괄하는 것처럼 기관부서별로 고유 업무를 수행한다윤석열 정부의 인사가 좌충우돌하는 원인으로 관가에서는 용산의 과도한 개입을 지적한다.

 

고위공무원(국장승진뿐 아니라 전보 인사과장급 주요 보직자까지 검증한다는 설이 파다하다대통령이 장관과 차관을 임명한다면부처 인사는 장관이 책임지는 구조가 실현돼야 한다고위공무원 승진 시 검증을 강화하되 이후는 재산과 부정평판 등으로 단순화하고 체계화하는 평가 시스템 개편도 필요하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말한다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정책을 만들어 실현하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우군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교육·노동·연금 등 4대 개혁은 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조속히 완수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한다하지만 손발이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사기 저하가 심각해진다.

 

5년이면 바뀌는 정권이 늘공’(정통 관료)을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재단하고 편을 가르는 헛된 노력을 반복하고 있다.>서울신문박승기 경제정책부 부국장급

 

출처 서울신문오피니언 [세종로의 아침] ‘영혼 없는’ 공무원을 뿔나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