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은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의·확정해 의결해야 하는 날(헌법 제54조)이므로 이를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겁니다.
국회가 혈세 낭비 여지를 줄이기 위해 꼼꼼히 심의했다면, 정부 예산안의 감액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의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감액 예산안’을 보면, 이런 취지와는 정반대라고 합니다.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방 처리해 본회의로 넘긴 예산안의 칼질 내역은 민생·치안·미래 예산을 무분별하게 도려낸 ‘망나니짓’ 수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특별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문제는 상징적입니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예산안은 정부 원안 677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의 감액만 반영한 것입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활비(82억 원), 검찰 특경비(506억 원)·특활비(80억 원), 감사원 특경비(45억 원)·특활비(15억 원), 경찰 특활비(31억 원) 등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마약·사이버·성범죄 수사 등에 사용하는 예산이 사라지는 것인데, 영수증도 없는 쌈짓돈 등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때 없앴어야 했을 겁니다. 당시 청와대는 특활비로 연간 86억8000여만 원(2021년 기준)을 썼고, 온갖 논란도 진행 중입니다. 반면, 국회 특활비 9억8000만 원과 특경비 185억 원은 원안대로 전액 챙겼습니다.
국회 관련 예산부터 먼저 전액 삭감하면 망나니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고, 낭비 소지가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감시하는 게 옳을 겁니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에서 무죄 선고 1심을 받고 의기양양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첩첩산중이 놓여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열흘 전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선고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회의원 당선 무효, 10년간 피선거권 박탈, 대선 보전비 434억 원 반납 등을 해야 한다. 그 직후 판결이고,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당원 상당수도 유죄를 우려하던 상황에서 나온 무죄라 장외 집회 중단 등 당분간 대여 공세 수위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일부 제기됐으나, 예상을 깼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이어 감사원장 탄핵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론 역풍이 우려됨에도 헌정사 초유의 거야 횡포라고 할 만한 도발을 강행하는 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위기의식이 일반의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위증교사 무죄 선고 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마치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다 벗은 듯 행동했다. 하지만 한숨 돌린 게 아니었다. 11월 28일 백현동 특혜 개발 사업 로비스트 김인섭 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대법원에서 1·2심 선고 그대로 징역 5년을 확정 받은 건 상징적이다.
2000년대 초반 이 대표가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할 때 만난 측근 김인섭은 백현동 개발업자의 동업자도 아니고 사업 지분도 없는데 무려 77억 원이라는 상상 이상의 로비 성공 보수를 받아 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을 상대로 토지용도 4단계 상향 등 기적 같은 특혜 조치를 받아 냈기 때문이라고 법원이 판단 내린 것이다.
앞서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부가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고 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2021년 10월 국정감사 증언을 깨고 “이재명 성남시장 스스로 한 결정”이라고 판단 내렸던 것과 겹쳐 이 대표의 백현동 사건 유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최근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대선 후보 경선 때 민주당 전·현 의원 부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도 이 대표에게 크게 위험하다. 법원은 배모 씨와의 공범 관계를 인정, “법인카드 유용이 김혜경 씨의 묵인·용인 아래 이뤄졌다”며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함으로써 경기도청 예산 1억650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도 유죄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 대표는 “일선 부서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도지사가 어떻게 알겠냐”는 식으로 변명했는데, 그냥 여러 부서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이 대표 부인을 수행하고 심부름하는 ‘사모님 팀장’이 주도한 혈세 유용이다.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 경리를 성남시청 7급을 거쳐 경기도청 5급 공무원으로 임명해 사실상 부인 뒷바라지 업무를 보도록 한 게 이 대표 아닌가.
위증도 있고 교사도 있는데 위증교사범은 없다는 기이한 재판에서도 김인섭과 백현동이 등장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 때 2002년 검사 사칭으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된 사건의 질문에 “누명을 썼다”고 했다가 기소된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이 대표는 최측근 정진상을 통해 김인섭에게 김진성의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김인섭 밑에서 성남시 허가를 받아 내는 일을 한 김진성에게 이 대표가 이틀에 걸쳐 4차례 전화를 걸어 ‘모른다’는데도 “기억을 되살려 보라”고 압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2심서 유죄로 뒤집힐 공산이 크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대북송금 사건도 이 대표 유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의 대북사업과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비용으로 800만 달러를 쌍방울 그룹을 통해 북한에 보낸 게 유죄로 판단됐다. 11월 29일 예정됐던 항소심 선고가 이달 19일로 연기됐지만, 1심과 큰 차이 없는 선고가 예상된다.
이 사건도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했던 이 대표는 이제부턴 ‘부지사가 지사 몰래 이런 엄청난 일을 꾸몄다’고 재판부가 믿게 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30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5차 집회를 열었다. 10만 명이 모였다고 했지만 1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당원들도 탄핵·퇴진 집회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6개월 내에 승부를 내자”고 탄핵을 암시했는데,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쫓기는 다급한 속마음만 드러낸 셈이다.>문화일보. 김세동 논설위원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김세동의 시론, 한숨 돌렸다는 李대표 앞길 첩첩산중
재판의 판결은 판사가 합니다. 판사의 판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해치는 일이기에 다들 말을 아끼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생각하는 판결도 있습니다. 그게 한 번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개의 판결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한 번 판결에 대해 희희낙락하기보다는 좀 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두고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