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3. 20:27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이번주 경제 분야는 ‘LH 땅 투기 사태’를 다룬 뉴스로 도배됐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의 주간 이슈를 살펴보면 3월8일부터 12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뉴스는 5일 연속 보도 건수 1위를 차지했다. 경제분야 뿐 아니라 종합 뉴스 분야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였다.
역린 건드린 ‘LH 땅 투기 사태’ 후폭풍 확산
이번 사태의 정치적 파괴력은 만만치 않다. 공정과 부동산이라는 화약고 2곳에 한 꺼번에 불을 붙였다. 가뜩이나 4월7일 재보궐 선거가 코 앞이다. 당분간 꺼지기 쉽지 않다.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를 느낀 여권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변 장관은 지난해 12월29일 장관에 임명된 지 74일 만에 ‘시한부 장관’ 신세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태 돌파구로 특검 카드까지 빼들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국토교통부·LH 임직원 등 총 1만4000명에 대한 1차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며 “LH 조사 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 이 잡 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되레 국민의 공분만 더 키웠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12일 LH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과 만나 “어제 LH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는 시작일 뿐”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 LH 임직원, 가족 친인척 등을 포함해 차명거래 여부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국민이 공감할 만큼 끝까지 수사해야 한다”며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부정한 투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도 신속히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의 공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이번 사태와 맞물려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를 조사한 결과, 부정평가가 전주 대비 3%포인트 상승하며 54%까지 올랐다. 부정평가 이유 1위가 ‘부동산 정책’(31%)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부정평가 이유로 ‘LH 땅 투기’(3%)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4%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하나
‘LH 땅 투기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13일 오전 10시 기준 7만8655명이 참여했다. 청원내용은 짧고 굵다. “LH 주도의 제3기 신도시 지정 철회해 주세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할까요?”
청주청년회는 15일부터 LH충북지역본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청주청년회는 12일 논평에서 “LH 임직원들의 투기행위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정점을 찍었다”면서 “LH 땅 투기 관련 전수조사를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1961년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를 방문했을 때다.
빗자루를 든 청소부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냐?”고 물었다.
그 청소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님, 지금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Mr. President, I’m helping put a man on the moon).”
나사 청소부의 소명의식처럼 LH도 그럴듯한 미션과 인재상은 있다.
LH 홈페이지를 보면 그들의 미션은 선명하다. “국민주거안정의 실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으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을 선도한다”
인재상은 이렇다. “LH는 임직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역량을 협력·소통, 전문·성과, 미래·도전, 공정·공익으로 설정하고 각종 교육훈련을 통하여 이를 강화시킴으로써 국민 주거 안정의 실현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으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을 선도한다”
그렇지만 미션과 인재상은 현실세계에서 공허할 뿐이다.
LH 일부 직원들은 익명 게시판에 ‘아니꼬우면 이직하라’는 글로 공공의 적이 됐다. 정 총리는 “공직자들의 품격을 손상시키는 행태는 결코 용서받아선 안 된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생선을 맡은 고양이에게 소명의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공직자가 범죄행위로 취득한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몰수)하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세계일보,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출처 : 역린 건드린 'LH 사태' 후폭풍 확산..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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