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31. 07:08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로부터 2007년 약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죄로 2015년 8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징역 2년형을 복역했다. 동생이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한 ‘1억원짜리 수표’ 등 명백한 물증 때문이었다.
여권은 이처럼 사법적 판단이 끝나고 형 집행까지 마친 사건에 대해 6년 가까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몰상식적인 행태”라는 법조계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한명숙 구하기’가 성공할 때까지 이슈 몰이를 이어갈 기세다. 한 전 총리가 현 여권의 대모(大母)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비중이 큰 만큼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대선까지 논란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한명숙은 무죄, 검찰이 유죄” 고집
여권은 야당 시절인 2015년 8월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부터 집권 만 4년이 가까운 현재까지 “한 전 총리는 무죄이고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이 유죄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며 이어가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확정 직후엔 현 여권 내부에서도 “대법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더러 있었다. 2015년 8월 당시 이동학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수 금액 9억 원 가운데 적어도 3억 원에 대해 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본 점, 한 전 총리 측이 한씨의 1억원짜리 수표를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반박할 길이 없는 것 같다”며 “유죄 확정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6년 전 판결 인정…강경파에 묻혀
당시 당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한 전 총리의 추징금 9억원가량에 대해 십시일반으로 돕자”며 권유하고, “재심 청구가 가능한지 검토해보자”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우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자는 이 합리론은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묻혀버렸다. 여권은 “한 전 총리는 무죄다”라는 주장에 의견을 일치시켰다.
한명숙 출소하자 추미애 “기소·재판이 잘못”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한 전 총리가 같은 해 8월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하자 여권의 공격 포인트는 검찰과 법원으로 옮겨갔다. 출소 날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이후부터 검찰 수사팀으로 공격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 정치자금 공여자 한씨의 옥중 비망록(메모) 내용이 공개된 게 계기였다. 한씨가 검찰 조사에서 협박과 회유에 의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게 비망록의 요지였다. 이후 한씨는 1심 재판에서 “검찰 조사에서 돈을 줬다고 말한 건 거짓이다”라고 번복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2017년 “객관적 증거로 볼 때 한씨의 검찰 진술이 맞고, 법정에서의 진술 번복이 거짓말”이라며 한씨에게 위증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내리기까지 했다.
여권은 2020년 6월부터 한씨 동료 재소자들의 언론 인터뷰를 검찰 공격을 위한 땔감으로 사용했다. 한씨가 검찰 조사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한 뒤 법정에서 “돈 안 줬다”고 번복하자, 검찰이 한씨의 동료 재소자들을 불러 허위 증언을 하게 시켰다는 게 인터뷰 내용이었다.
재소자들은 법정에서 “한씨가 ‘돈을 줬다’고 말한 걸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이 증언이 수사팀 공작의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인터뷰 전후 일부 재소자는 “한명숙 수사팀을 감찰해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수사팀 감찰→재심의→재심의 감찰…“트집 잡기”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감찰이 진행됐고 2020년 7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무혐의 결론을 낸 데 이어 2021년 3월 5일 대검찰청 감찰 3과도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러자 여권은 이후 무혐의 처분 과정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등 친정부 성향 검사가 “의사 결정 과정이 불합리했다”고 반발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사상 4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부장 회의를 열고 재심의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9일 대검 부장 회의 결과 10(불기소)대 2(기소)대 2(기권)로 다시 무혐의 결론이 나자 박 장관은 회의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경위 등 지엽적인 부분들에 대한 법무부·대검찰청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이는 한명숙 구하기가 아니라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는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란 비판을 샀다. 한 검찰 간부는 “여권이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계속 트집을 잡겠
다는 것으로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大母 못 구하면 다 무너진다는 불안감”
여권이 한명숙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선 한 전 총리가 여권에서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전 총리를 구하지 못하면 여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렸다는 것이다.
또 최소한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낸 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 등을 통해 유죄를 일부라도 뒤집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문 대통령 임기 중 사면이라는 대안을 택할 수도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여권 주류인 586 운동권 세력은 자신들의 선배는 무조건 옳고 옳아야 한다는 ‘무오류성’에 관한 인식이 강하다”며 “그냥 선배도 아니고 대모 격인 한 전 총리이므로 더욱 명예 회복을 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회 의석 180석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명예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계산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여권의 한명숙 구하기는 결국 자해 행위로 돌아올 것”이라며 “논란이 지속할수록 한 전 총리 유죄의 명백한 증거들이 선명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중앙일보,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대모 못구하면 무너진다”…여권 6년째 ‘한명숙 구하기’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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