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4. 07:09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최근 인터넷에서 ‘허버허버’ ‘오조오억개’ 등과 같은 신조어를 두고 불거진 젠더 갈등은 일부 세대나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를 중심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다. 공론화를 이끄는 주축은 주로 ‘이대남(20대 남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허버허버’라는 말이 자막으로 쓰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단어가 게걸스럽게 먹는 한국 남성을 깎아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반발이 일었다. ‘허버허버’가 주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라는 것이다.
최근 ‘허버허버’를 사용했던 한 네이버 웹툰은 ‘별점 테러(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행위)’에 시달려야 했다. 이 웹툰의 최근 화에는 댓글이 35만 개 이상 달리며 ‘댓글 총공(총 공격)’도 받았다. “페미(페미니스트) 웹툰” “BTS도 한남(한국남성)이야” 등처럼 젠더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댓글이 대다수였다.
남성 네티즌이 거세게 항의하는 단어는 이뿐만 아니다. ‘아주 많다’는 뜻을 담은 ‘오조오억개’라는 단어도 남성 혐오적 맥락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단어에 남성 정자 수를 비하하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1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한 유명 유튜버는 유튜브 영상에 해당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최근 사과문을 올렸다. 방송인 하하(41·본명 하동훈)도 같은 이유로 유튜브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는 젠더 갈등으로 인한 ‘전쟁’이 수시로 펼쳐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혐오 단어는 물론 맥락 등이 일반인에겐 전혀 이해되지 않아서, 전쟁을 위한 전쟁, ‘그들만의 리그’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남성 네티즌이 거세게 항의하는 단어는 이뿐만 아니다. ‘아주 많다’는 뜻을 담은 ‘오조오억개’라는 단어도 남성 혐오적 맥락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단어에 남성 정자 수를 비하하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1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거느린 한 유명 유튜버는 유튜브 영상에 해당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최근 사과문을 올렸다. 방송인 하하(41·본명 하동훈)도 같은 이유로 유튜브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는 젠더 갈등으로 인한 ‘전쟁’이 수시로 펼쳐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혐오 단어는 물론 맥락 등이 일반인에겐 전혀 이해되지 않아서, 전쟁을 위한 전쟁, ‘그들만의 리그’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들어본 적 없다”는 중·장년층
중·장년층은 문제가 된 단어를 들어본 적 없거나, 뜻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60대 택시기사 우모씨는 “‘허버허버’라는 단어를 라디오에서 들어본 것 같다”며 “유행어인 줄 알았는데 젊은이 사이에서 그런 뜻(남성 비하)으로 쓰이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일단 무슨 말인지를 알아야 기분이 나쁘거나 할 텐데 들어본 적이 없다. 논란이라고 하길래 단어들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나서야 뜻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40대 공무원 이모씨는 “남성과 여성이 성(性)으로 갈려 서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성별이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울 필요성을 못 느낀다. 자연스레 해당 단어들이 어떤 뜻을 가졌는지 등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혐오 단어의 뜻을 아는 2030세대 중에서도 젠더 갈등이 온라인을 타고 격화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낸 이들이 적지 않았다. 30대 직장인 A씨는 “인터넷과 가까운 세대이기 때문에 ‘허버허버’ ‘오조오억’ 뜻을 알고는 있었다”면서도 “혐오성 발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말들 같다. 이들로 혐오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박모씨는 “정확한 뜻은 몰라도 혐오 표현이라고는 들었다”며 “아이들이 미디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뜻을 알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젠더 갈등은 사회 문제와 연관”
전문가는 ‘이대남(20대 남성)’이 주로 이끄는 젠더 갈등을 세대 갈등이나 사회적 문제와 연관 지어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남이 분노하는 용어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면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관심사를 방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온라인은 청년 정체성의 근간이다. 이들이 목소리를 모른다고 한다는 건 청년 세대에 관심 없다는 걸 의미하고,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의견이 중화되지 않고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내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이 굳어지게 된다”며 “젠더 갈등 등 특정 이슈가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30대, 40대는 타협하며 사는 경향을 보이지만, 20대는 남녀 갈등이 제일 심한 세대”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취업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이중삼중 겪으면서 서로를 피해나 불만에 대한 분출구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뭔 말인지 알아야 화나지"···그들만의 '허버허버' 젠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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