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구태의연한

2021. 7. 26. 07:0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적통’ 논란이 뜨겁다. 과거를 소환하며 소모적인 공방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적자’, ‘서자’, ‘맏며느리’ 등의 표현은 정치의 공적인 작동 원리를 ‘핏줄의 권위’로 변질시키는 퇴행적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사회 차별과 억압의 기제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어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적통 논쟁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지사 견제를 위해 “나는 민주당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점화됐다. “혈통으로 따지면 나는 서자”라고 ‘자조’했던 이재명 지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참여 문제로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반격을 시도하면서 공방은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올랐다. “이낙연 후보가 적자라니, 서자도 되기 어렵다”(김두관)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가 하면, ‘나는 민주당의 맏며느리”(추미애)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적자’ ‘서자’ ‘맏며느리’ 같은 표현의 폐해로 공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을 꼽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지금 종친회 대표 뽑는 자리냐”며 “대통령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과 개인 리더십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집 첫째 아들이니 당연히 내게 리더십과 권위가 주어진다’는 주장은 능력이 있든 없든 적자에게 왕위가 계승되는 중세시대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혈연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통계상으로도 보이듯 혈통을 중심으로 한 남성 중심의 가정을 꾸리는 비율이 적어지고 다양한 가족을 구성하고 싶은 이들이 많아진 상황을 정치권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성과 남성의 결합으로 가정을 꾸리고 거기서 낳은 자녀, 그 중에서도 특히 남성만이 혈통을 계승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정상가족’의 신화를 정치권이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자·서자는 물론, ‘맏며느리’ 역시 퇴행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 대표는 “맏며느리는 새로 들어온 며느리들을 줄 세우고 위계화시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고, 김은주 소장은 “왜 자신을 딸이라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며느리라는 표현은 가부장의 권위를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 이슈 부재’가 소모적 공방의 원인이라는 평가도 잇따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정통성 논란은 후보의 기반이나 정당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며 “경선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로 싸움을 펼쳐야 하는데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싸우지 못 하니 정통성으로 싸우고 있다”고 짚었다.

 

당내 분위기도 비판적이다. 이상민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선시대도 아닌데 적통 논란을 벌이는 건 전근대적이고 민주화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낡은 프레임”이라며 “(후보들이) 이러한 논란을 빨리 벗어던지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적통 논란 등 후보들 사이에서 거세지는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해 각 캠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계획이다.>한겨레신문, 송채경화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이른바 '백제 발언' 논란이 25일 '지역주의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판을 흔드는 모습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뿐 아니라 다른 주자들까지 뛰어들었고, 당내에서도 비판을 쏟아내며 공방은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우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출신 지역으로 편이 갈라지는 듯한 모습까지 나왔다. 여당 대선 주자 중 양강의 '백제 공방'에 가장 먼저 참전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과 함께 호남 주자인 이 전 대표의 편을 들었다. 정 전 총리 역시 이 지사의 발언을 '호남 불가론'으로 읽고 대응한 것이다.

 

앞서 이 지사가 지난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30일 당권주자였던 이 전 대표와 만나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라고 말했다"고 한 발언을 이 전 대표 측이 '호남 불가론'으로 해석해 맞공세를 폈고,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 총리는 전날 SNS를 통해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까지 하기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 인식이며 정치력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고 이 지사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정 전 총리는 그러면서 "제주, 강원, 호남, 충청 출신은 통합의 주체도 국정의 주체도 못 된단 말인가? 이번 발언으로 이 후보는 스스로 가장 확장력 없는 퇴행적이고 왜소한 인식의 후보임을 입증했다. 이 후보의 인식은 우리 사회의 상식 있는 보통사람들과 정치의 중원에서는 결코 통용될 수 없는 석기시대의 사고"라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의 발언은) 지역적 확장성이라는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지역주의를 거론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던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거듭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이날 이 지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PK(부산.경남) 출신 주자인 김 의원이 TK(대구.경북) 출신인 이 지사를 돕고 나선 모양새다. 김 의원의 지원사격에 이 지사는 "참 답답하던 차,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댓글로 화답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향해 "정말 왜들 이러시나.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호남불가론'과 관련해 이낙연 후보 캠프 대변인에 이어 정세균 후보까지 나서길래 정말 심각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앞뒤를 보니 이재명 후보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백제 발언 논란에 대해 "'이낙연 후보가 승리하면 새로운 역사가 된다'며, 당선을 기원한 것을 호남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 이건 군필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라며 "군필원팀은 열성지지자가 만든 거라지만 이번엔 캠프 대변인과 후보가 직접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훨씬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박용진 의원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 모두를 비판하며 결을 달리했다. 추 전 장관은 전날 온라인 북 콘서트에서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전에 대해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십시오"이라며 "서로들 총을 겨누고 팀킬같이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이날 서울 중구 쪽방촌을 찾은 자리에서  "국민은 민생을 살리라는데 정치는 혈통만 따지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라는데, 백제시대 얘기에 머물러있다"고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민주당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며 "나는 오직 민생, 오직 미래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백제 공방' 발언은 대선 주자들 간 싸움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과 여권 관계자들까지 참전하며 커지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의도가 선의라는 걸 알겠지만 인식과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호남출신은 대통령되기 어렵다는 인식, 사실이 아니다"며 "오래전부터 호남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망국적 심리전의 논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직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만이 5천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지역패권을 추구했을 뿐"이라며 "인구수 때문에 호남이 어렵다는 현실론도 이제는 낡은 얘기로 유권자 의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호남이 중심이 되어 통합을 이루면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였고 또 현재 후보들의 확장성을 비교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호남불가나 차별을 얘기한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지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활시키고 같은 진영에 상처를 입히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히지 않길 바란다"며 "김대중 대통령을 이용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가진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이 다시는 돌아가서는 안 되는 게 망국적 지역감정"이라며 "지역주의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 세력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출처 : 與 경선판 통째로 흔드는 '백제발언'..호남 뭉치고 PK-TK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