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추모

2022. 11. 26. 06:48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추모(追慕)”는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잊지 않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세상에 태어났다가 죽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숙명입니다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 것이 모든 생명체입니다.

 

그 태어남도 남들과 다른 사람들이 있지만 그 죽음도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명문가에서 태어나고재벌가에서 태어나고소위 금수저로 태어나면 태어날 때부터 그 생명체는 주목을 받습니다.

 

죽음도 그렇습니다신문에 부음이 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삶에서 큰 성공을 이뤘거나 자식들이 큰 성공을 해서 그 부모를 기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음으로도 주목을 받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필부필부나 장삼이사는 태어날 때도 남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죽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적어도 많은 사람의 추모를 받으려면 생전에 그럴만한 공을 세웠거나 업적을 남긴 사람들일 겁니다.

 

최근 이태원 참사로 인한 157명의 귀중한 생명이 하늘로 떠났는데 그에 대한 추모 얘기가 여러 말들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 추모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인데 요즘은 추모가 산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노류영 씨의 어머니 A씨는 24일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분이 장례식에 화한을 보냈는데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는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씨는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이름만 대문짝만하게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해서 왔다미치는 줄 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이게 국민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아니잖나라며 우리가 자기 이름을 몰라서우리한테 이름을 가르쳐주려고 보낸 게 아니잖나그거(화한너무 화나서 우리는 다 뜯어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조계종에서 한 공식적인 (사과는다른 국민들 들으라고 한 거밖에 더 되는가유족들에게 한 것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 법회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A씨는 말만 유족이라고 얘기를 했지만진심으로 자기들이 사과하겠다고 치면 유족들을 다 모아놓고 내가국가에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고 죄송하다’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며 그거 아니었다사과는 유족들한테 해야 되는 거잖나라고 단언했다.>이데일리김화빈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숨진 한 희생자 어머니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 등에 대한 국가 배상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그만 진상 규명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 10조 원을 받아도 그것이 국가 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다그런 뇌물이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 규명이라며 추모공간을 달라고 했다.

 

관련 댓글들을 봤다놀랍게도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한 이용자는 안타까운 일입니다한순간에 아들이 사고로 죽음을 당했다면 마음이 너무 아프겠지요그게 다입니다대통령이 무슨 연관이 있길래 이런 유의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하고 잡혀 들어가야 하고 끊임없이 사과해야 하고 예산 할당해 추모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추모공간이라니왜 슬픔을 강요하는가라고 했다유족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어 누구는 이를 악성 댓글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언론사가 이를 의식자발적으로 관련 기사 댓글창을 닫아놓기도 했다하지만 드루킹 같은 댓글 조작단이 일부러 작업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 악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악성 댓글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여론의 흐름이 너무 크고 명백하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일정 수준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지만 세월호 때처럼 정쟁으로 흘러선 안 된다추모에 진심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슬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세월호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사고는 성격상 많이 다르지만세월호 유족 혹은 관련 단체 그리고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 행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경험 탓 아닌가 싶다.

 

서범수(국민의힘의원에 따르면 안산시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총 110억 원 규모의 피해 지원 사업비를 받은 뒤 일부를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명목으로 각종 시민단체에 지급해 활동을 맡겼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안산청년회라는 시민단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제주도 2박 3일 출장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1000만 원을 받아 수영장이 있는 대부도 펜션에서 자녀들과 1박 2일 여행을 한 사례도 있었다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 역시 마무리되지 않았다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가기관 조사만 8년간 9차례 하고도 진상 규명을 완료하지 못했다.

 

책임 추궁에 몰두하다 보니 근본적 원인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그럴 거면 조사는 왜 했나 이 말이 입안을 맴돈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만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쟁을 싹 뺀’ 추모공간이 생겼으면 한다우리와 우리 후배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미진한 부분과 우리의 어리석음과 경솔함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그런 공간은 우리 공동체 존속을 위해 꼭 필요하기도 하다.>문화일보유회경 전국부장

 

 세월호 참사 때에 저는 날마다 죽은 학생의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었습니다수색작업이 겨울이 되어 중단이 되면서 제 기도도 끝이 났습니다.

 

그 뒤에 세월호 유족과 주변 단체들이 이상한 조건들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는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게는 참 미안했지만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지킬 수 있지만 그걸 기회로 삼아 다른 일을 꾸미는 사람들이 너무 싫었기 때문입니다.

 

추모는 누가 강요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는 유족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추모를 강요한다면 오히려 추모의 마음이 반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유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외 정치인들은 이 추모에서 제발 빠져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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