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0. 06:15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릴레이 사과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며 윤 의원을 위로했다.
또 “검찰과 가짜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미안하다. 잘못했다”고도 했다.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마치 무죄가 나온 것처럼 윤 의원을 감싸고 돈 것이다.
4선의 중진인 우원식 의원도 “당이 이제 윤 의원을 지켜줘야 한다”고 했고, 재선의 김두관 의원도 “전 생애가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어왔을 윤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는 글을 각각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하지만 이번 1심 재판에서 윤 의원의 비리혐의가 완전히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윤 의원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써야 할 돈으로 갈비를 사먹고 발마사지 숍에 가고, 삼계탕 식당, 과자점, 커피숍 등에 간 낯부끄러운 행태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게다가 나머지 범죄혐의 또한 검찰이 수사 당시 문재인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유죄로 인정받지 못한 측면이 크다.
당시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은 아예 청구조차 하지 않았고, 두 차례 소환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딸의 미국 유학비용과 주택 구입비 등을 놓고도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자금출처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1심 법원 또한 “위안부 권익보호 활동 등을 감안해 소극적인 법리 적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윤 의원은 물론 이 대표와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마치 모든 의혹이 해소된 것처럼 활짝 웃거나 떠들썩하게 위로를 건네는 것은 너무 볼썽사납다.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태다. 물론 이 대표가 윤 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정치적 속셈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 대표로선 윤 의원의 1심 선고를 고리삼아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치환해 사법리스크를 무마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친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이 대표 구속저지’에 총동원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18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려는 것 역시 여론전을 통해 ‘방탄전쟁’에 나서겠다는 술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검찰이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결코 ‘정적 제거’용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범죄혐의가 중대하고 심각하다.
밝혀진 비리혐의만 대장동과 관련해 4895억원의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위반, 위례신도시와 관련해 211억원의 부패방지법 위반, 성남 FC후원금과 관련해 133억원의 제3자 뇌물혐의 등이다. 백현동 개발특혜의혹, 대북불법송금의혹 등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제가 어디 도망간답니까”라며 도주우려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반박하지만, 친명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이 최근 이 대표 측근들을 특별면회해 “알리바이를 만들라”고 회유한 것은 그럼 무엇 때문인가.
더구나 이번 수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돼 시작됐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윤석열 독재정권의 야당 탄압” 운운하며 책임을 현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궤변에 가깝다.
존 스튜어트 밀은 “거짓말은 비열하고 비겁하다”며 “거짓말은 진실 표명의 결과를 감당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자신의 개인비리로 또다시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가 갈등과 반목으로 치닫는데 대해 옷깃을 여미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이 대표가 지금 낮은 자세로 고개를 숙여야 할 대상은 ‘동병상련’인 윤미향 의원이 아니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국회 제1당 대표의 중대한 비리혐의에 좌절하고 절망한 다수 국민들이다.>매일경제. 박정철 논설위원
출처 : 매일경제. 이재명, ‘동병상련’ 윤미향에 “미안하다”사과…국민에 사죄가 먼저 아닌가 [핫이슈]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오판과 편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듣기 좋은 말만 (0) | 2023.02.22 |
---|---|
그의 입에서 나온 말 (0) | 2023.02.21 |
꿩 구워먹은 자리? (0) | 2023.02.19 |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윤핵관 정치 (4) | 2023.02.18 |
처음 겪어보는 대통령 (0) | 2023.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