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4. 05:50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국부(國父, Pater Patriae)”는 사전적으로는 임금 혹은 나라를 세우는 데 공로가 많아 국민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지도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창업군주나 독립운동가, 초대 대통령과 같은 나라의 건립자에게 이런 칭호가 붙는 경우가 많지만, 실질적으로 나라를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업적으로 많은 존경을 얻고 있는 정치인에게 붙여주기도 합니다.
사실 건국이라는 기준보다는 '체제'를 성립시키는데 기여한 사람을 지칭한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릅니다. 가령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는 건국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공산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민주 체제를 성립시켰기에 국부 대접을 받으며, 넬슨 만델라도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리고 신체제를 성립시켰기에 국부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부로 추앙받는 인물 대다수는 20세기 현대 인물들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국부의 '정의'에 가장 가까운 인물을 꼽으라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역임함과 동시에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주도하고 초대~3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이 우선순위에 오를 겁니다.
하지만 4.19 혁명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고, 그 4.19 혁명정신이 헌법 전문에까지 실린 만큼 일부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넘어 국가적으로 인정받는 국부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일 겁니다.
그 밖에 대안으로는 수립 때부터 광복 때까지 임시정부에서 일하고 말기에는 주석까지 지내면서 통일운동에도 힘쓴 김구 선생, 전후 최빈국 상태였던 대한민국을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 선진국 반열의 초석을 다진 박정희 등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각각 백색테러 이력과 군사 쿠데타를 통한 집권과 독재 등 결격사유가 있는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굳이 국부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국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도 많은데 일본, 캐나다 같은 나라들은 물론 존경받는 위인은 많지만, 특별히 국부로 상정할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은 없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남한도 공산화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생각한다.
당시 공산주의는 지금처럼 ‘사망선고’를 받은 이념이 아니었다. 식민지의 현실에 좌절한 이 땅의 지식인 중 상당수는 러시아의 볼셰비키혁명 성공에서 조국의 미래를 봤다. 중국이라는 큰 땅덩어리에 이어 미국의 후원을 입은 베트남마저 공산주의에 먹힌 흐름에 비춰 보면 그들과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처지였던 남한도 공산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추론은 상식적이다.
그 적색혁명의 시대에 이승만이라는 강력한 반공주의자가 우뚝했다는 것은 천운이라 할만 했다. 이승만은 단순한 반공을 넘어 공산주의를 혐오했다. 그는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중 혹시나 해서 모스크바를 방문했는데, 낙후된 소련의 실상을 보고 반공 신념을 굳히게 된다.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 위기 속에서 이승만의 비타협적인 반공 노선은 남한만이라도 먼저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으로 이어졌고, 미국도 결국 그의 구상을 따르게 된다. 이 공(功) 하나만으로도 이승만이 저지른 과(過)의 상당 부분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승만이 친일파를 기용한 것도 공산주의를 ‘극혐’했던 그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는 친일파 인력을 활용해서라도 공산화를 막고자 했다.
친일파도 청산하고 공산주의도 막으면 최상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역사는 그렇게 깔끔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프랑스의 독립 영웅 드골도 1945년 구성한 임시정부에 나치 괴뢰 정권인 비시 정부 가담자들을 포함시켰고, 숙청했던 공무원 상당수를 금세 원래 직위로 복귀시켰다.
부역자들을 빼고 나면 나라를 운영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치 점령 기간이 4년에 불과했던 프랑스가 그 정도였으니 일제강점기가 36년이나 됐던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말년에 독재와 부정선거로 쫓겨난 이승만을 국민들의 재임 연장 요청을 뿌리쳤던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비교하는 것도 정합적이지는 않다. 미국은 영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전수받은 국가인 반면 우리는 그 전통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왕정에서 부르주아혁명을 거치지 않고 외세에 의해 민주주의가 이식됐다는 점에서 이승만에게 워싱턴과 같은 미덕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일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 보면 이승만의 공은 분명 저평가된 측면이 있고, 따라서 재평가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승만을 ‘국부’(國父)로 칭송하는 건 선을 넘는 것이다. 이승만에게는 도저히 정상을 참작하기 힘든 과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50년 북한이 남침했을 때 몰래 탈출한 뒤 마치 서울에 있는 것처럼 방송으로 거짓말을 했고, 뒤이은 한강 인도교 폭파로 많은 시민들이 죽었다. 집에 불이 났는데, 아이들을 버려두고 탈출한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이승만 국부론’은 그에 대한 재평가에도 유리하지 않다. 국민들은 이승만의 공에 귀를 기울이려다가도 국부 얘기가 나오면 확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버지라고 부르기 싫은데 자꾸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굳이 국부가 있어야 한다면 꼭 초대 대통령일 필요는 없다. 앞으로 국민들로부터 추앙받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를 국부로 불러도 될 것이다. 국부가 꼭 대통령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국민 중 나라에 큰 업적을 세운 인물이 나타난다면 그가 국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국부(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조사이아 퀸시 연방 하원의원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국부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 호칭은 평범한 미국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서울신문. 김상연 전략기획실장
출처 서울신문. [서울광장] 이승만은 국부가 아니다
저는 대한민국에 꼭 국부가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신을 국부로 호칭하기를 바랄 것도 아니고, 또 모든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사람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통일된 나라로 이끌고 대다수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 굳이 과거 인물에서 국부를 만들고자하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승만 대통령이 3ㆍ15 부정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것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대통령 후보는 이승만, 조병옥 두 분이었는데 선거를 앞두고 조병옥 후보가 서거(逝去)했기 때문에 단독 후보가 되어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자유당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연로하여 유고(有故)가 될 경우 부통령이 승계할 것을 예상하여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부정 선거를 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장기집권을 했고, 여러 부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3ㆍ15부정 선거에 대한 이승만의 책임 문제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당시 대통령이기 때문에 최종 책임은 그분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내막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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