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개조'가

2023. 7. 25. 06:2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가붕개는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가 2012년 3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개천룡 신화에 대해 비판하며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한 것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알려졌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문자어(頭文字語 각 단어의 머리글자만을 따서 만든 축약어)입니다.

 

()과 대조되는 평범한 서민들을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말인데, '', ''구리, ''재에서 앞 글자만 따면 원래는 '붕개가'가 되어야 하겠지만발음의 편의상 '', '', ''구리의 순서로 앞 글자를 따와 '가붕개'로 줄여 부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가붕개발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조국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 일변도로 흐르는 것을 비판하고가난한 사람에게도 최저생활이 보장되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의미로 위의 말을 꺼냈다고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조국 사태가 터지고조국 교수의 가붕개 운운하는 트윗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자대다수 사람들은 조국 교수의 가붕개 워딩을 대단히 고깝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의 주장은 하늘의 용()은 하늘의 용 그대로 있게 내버려 두면서개천만 더 예쁘게 만들어주자는 시혜적 취지로 발언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국 교수의 워딩 속에서 본인 스스로 용()에 해당함이 명백해 보이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님의 엘리트적 선민의식비천한 서민들을 가재붕어개구리와 같은 하찮은 동물로 비하하는 신분적 차별의식의 뉘앙스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디 그게 조국 전 장관뿐이었겠습니까그들 정권의 대부분 핵심 인간들은 우리 국민을 정말 가붕개로 우습게 보고 깔아뭉갠 것이 확실한가 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 정책의 일환으로 대북(對北전력 지원을 약속한 시절 산업자원부를 출입했다.

 

이 대북 전력 지원의 주무 부처가 산업부였다성사 가능성을 담당 공무원들한테 물었는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북한도 강하게 요청하고 우리 정부도 주겠다지만 쉽게 성사될 사안이 아니다대북 송전 시설을 설치하려면 북한 전역의 전력 사정부터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데 북한이 허용할 수도 없고다급해서 우리 측 제안을 수용한다면 우리한테는 도움 된다매사 깜깜이인 북한 사정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면 대북 정보를 축적하는 호기가 될 것이다.”

 

후임 노무현 정부도 예산 반영을 추진하는 등 대북 전력 지원은 좌파 정부가 마음만 앞선 채로 꽤 오랫동안 끌었지만 전문성과 소신을 가진 산업부 공무원들 판단이 맞았다.

 

그런 산업부를 기억하는 전 출입 기자의 눈에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부는 수십 년 쌓아올린 공무원 기강과 역량도 고작 5년짜리 정권이 얼마나 심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

 

전신(前身상공부는 1948년 7월 17일 정부 수립 때 설치된 핵심 중앙 부처다. 60~70년대에 수출 주도 성장과 중화학 공업 육성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계획을 진두지휘한 주역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산업부 출신이듯 엘리트 경제 관료의 산실이었다국가 주도 성장에서 벗어나 민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산업부 위상도 기울었지만 몸담고 있던 관료들의 전문성과 자부심나라 경제에 대한 열정은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문 정부 초기에도 그런 DNA가 다 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문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에 산업부는 2030년까지 매년 전기료를 2.6%씩 인상해야 한다고 두 차례 바른말을 했다.

 

“(월성 1호기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문 대통령 채근에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조기 폐쇄를 지시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때까지 한시적 가동의 필요성을 소신 있게 보고했다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판단을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윽박지르며 묵살하고 즉시 가동 중단을 강행했다.

 

이런 대통령과 장관 밑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도록 압박해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리는데 발 벗고 나섰고 조기 폐쇄의 위법 행위를 덮느라 휴일 밤중에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 수백 건을 삭제하는 범법 행위까지 저질렀다.

 

탈원전 대신 태양광을 마구잡이로 확대하는 정책에 동원되면서 업자 로비 들어주고 그 대가로 돈벌이에 연루된 산업부 공무원까지 생겨났다이토록 나락으로 떨어진 산업부를 본 적이 없다.

 

지난주 감사원 감사에서 산업부의 탈원전 강행과 판박이 같은 환경부의 황당한 보 해체’ 결정 과정이 드러났다.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 ‘생각 없는 국민의 눈만 가리면 된다는 4대강 민관 합동 기획·전문위원회의 경악스러운 회의록 발언에새삼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가 궁금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국가 대개조적폐 청산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국정 포부를 밝혔었다도대체 어떤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꿨던 걸까.

 

막스 베버는 근대 국가의 합리적 작동에 필수 조직으로 전문화된 관료제를 꼽았다대한민국 성공사에서도 국가 발전을 위해 몸 던져 소신껏 일해 온 엘리트 관료들과 전문가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하지만 문 정부의 국정 운영에는 전문화된 관료도객관적 판단으로 균형을 잡아줄 전문가도 설 자리가 없었다.

 

탈원전보 해체 등 답을 정해 놓은 정책에 입맛 맞는 얘기 해줄 엉터리 전문가와 공무원들 모아 놓고 거수기 역할만 맡긴 조폭식 국정 운영이었다.

 

재정 파수꾼 기획재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미래 세대 자산을 훔치는 나랏빚 급증도 개의치 않으면서 곳간에 곡식 쌓아두면 썩는다는 황당 논리로 빚내서 돈 풀었다.

 

통계 분칠에 통계 지표 바꾸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제 자식들은 외고 진학시키고 유학 보내고 서류 조작해 명문 학벌 만들어주면서 하늘 쳐다보지 말고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개천 만들자는 가붕개론’ 장관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뒤늦게 드러난 생각 없는 국민’ 발언까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생각 없는 국민들이 사는 가붕개 공화국으로의 국가 대개조, 5년 만에 멈춰 세운 생각 있는 국민들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기적이다.>조선일보강경희 논설위원

 

   출처 조선일보강경희 칼럼생각 없는 국민의 가붕개 공화국

 

이제 전 정권의 책임자들이 법정에 설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동안 말로만 얘기되던 것들이 문서로 기록이 남았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할 것입니다.

 

말로만 국민을 존중하던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지금이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방패가 되고 있지만 그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국가를 대개조하겠다'는 것이 국민을 가붕개로 뭉개갰다는 얘기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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