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1. 06:07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야당 대표의 단식이 19일 만에 끝났다.
그의 이름과 단식을 검색 창에 쓰면 ‘단식 이유, 단식 출퇴근, 단식 텀블러’와 같은 연관 검색어가 함께 떴지만, 그에게 큰절을 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라며 난동을 부리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야당과 여당 모두 건강을 생각하라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고, 법원도 대장동 관련 1차 공판을 연기해 주었다.
전라북도 의원들은 새만금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사람들은 멋과 위생을 위해, 탈모를 감추려고, 목표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할 때 머리를 민다.
잼버리에 참가한 외국 청소년들이 템플스테이 체험 후 승려가 되고 싶다고 해서 삭발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반항심을 드러내며 공포심을 주려고 삭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프카의 소설 속 단식 광대는 한때 인기 절정 스타였다.
그는 관객이나 감시자가 없어도 물 말고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40일 단식이 끝나면 영웅처럼 사랑받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은 더 이상 단식 쇼에 흥미를 갖지 않았다. 광대가 단식을 고집하자 “이제 치워버려!” 하고 단장은 지시한다. 단식 광대는 땅에 묻히고 사람들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마트에서 장난감 상자를 끌어안고 발버둥치며 우는 아이를 본 적 있다. 달래다 지쳤는지 아이 엄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며 다른 코너로 가버렸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눈물을 닦고 슬그머니 장난감을 내려놓고는 엄마를 부르며 뛰어갔다.
아이들도 눈치가 있다. 굶는 게 죽음과 직결되던 배고픈 시절은 가고,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는 요즘이다. 머리 밀고 밥 안 먹겠다고 떼를 쓰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건 우리나라 철부지 정치인들뿐이다.>조선일보. 김규나 소설가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카프카의 단식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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