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냐"

2024. 3. 20. 05:55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22대 국회의원선거의 사전투표까지 20여 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말부터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지하철역마다 허리를 굽혀 표를 구걸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열흘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고 선거가 끝나면 당선사례’,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도의 현수막을 붙이고 그 현수막의 글자가 바래기도 전에 언제 내가 허리 굽혔냐고 어깨에 힘을 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사람을 유권자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이 정치에서 무슨 권한이 있겠습니까? 유권자인 국민은 총선이 끝나면 국회의 이전투구를 바라보며 맥없이 정치혐오에 빠질 겁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본 선거보다 정당 공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확실합니다. 후보 개인의 능력이나 비전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천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 눈치를 보면서 아부의 말만 쏟아놓는 것이 현실입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늘 자기 합리화에 당당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국민을 속여도 국민들은 거기에 체념하면서도 또 그들을 선택하니 당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치지도자들은 대개 추진력에 현혹되고, 잘못 인정엔 인색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정치 상황을 보면 정도가 심하다.

 

걸핏하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지만 논리가 궁색하다. 보통 사람의 눈, 상식과 적지 않은 괴리가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기 합리화에 빠진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정당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수도권 일대를 돌며 부처 업무보고를 겸한 민생토론회를 갖자 총선용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은 연중으로 전국 순회 토론회를 갖겠다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충청을 찍고 호남까지 돌았다. 민생에 여야가 어디 있고, 진영이 어디 있냐는 논리에 정치일정과 무관하다는 반박으로 일시중단 요구 등의 비판을 일축했다.

 

엄정한 선거관리 또한 대통령의 중요 책무가 아닐 수 없는데도 이는 아예 무시다. 선거용 시비가 일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말과 달리 20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투자, 지원 금액만 1,000조 원에 육박한다. 상당액이 대기업 투자금액이라는데 대통령의 지역현안사업 홍보에 기업을 끌어들인 셈 아닌가.

 

이런 마당에 누가 되든 다음 정권이 선거의 정도를 지키길 바랄 수 있겠는가. 이전 정권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여론 눈치라도 살폈고, 대통령이 선거 국면에 전국을 돌며 지역현안사업을 대놓고 홍보하지 않았다. 퇴행의 선거행정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한국대사 임명의 정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 대사는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수사대상자다.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늑장 수사와 출국금지 연장 탓을 하지만 사안의 본질적인 면이 아니다.

 

이 대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기소 여부를 예단할 수 없지만, 해병대 수사단이 해병 1사단장 등 8명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한 경찰 이첩 보류 지시의 당사자이고, 석연치 않은 번복 과정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얽힌 마당이다.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라면 걸러졌어야 했다.

 

공수처의 수사 결론을 보고 난 뒤에 자리를 마련해 줘도 줬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공수처에 책임을 미루는 변명으로 인사를 합리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도피성 임명이라는 야당 공세에 빌미를 제공한 터이지만, 정략으로 모는 건 권력의 오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디 대통령만인가. 1야당 지도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자기기만 또한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다.

 

국회의원 공천이란 게 일정한 물갈이가 불가피하나 노골적인 자기편 챙기기는 근자에 보기 드물다. 원칙이 무너진 불공정 공천 방식이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로 회자되는데도 이 대표가 시스템 공천이라고 강변하는 건 코미디다.

 

권력자의 입김이 없을 수 없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 처지에서 총선 악영향을 아랑곳하지 않는 자세는 누가 봐도 이해 불가다. ‘이재명 사당화와 거기에 줄 선 이들과 팬덤들은 공천 혁명이라 거들고 있으니 국민인식과 괴리된 이런 집단 세뇌도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불공정 시비는 잊힐 거라고 생각한다면 유권자를 쉽게 보는 일이다.

 

국민이 정치권력에 대해 대단한 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상식 수준의 규범과 기준에서 권력 행사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건 무리한 일도 아니다. 권력의 오남용과 그걸 덮기 위한 자기기만과 합리화는 보기에 낯 뜨겁다.

내리막을 타기 시작하면 다시 끌어올리기 어려운 게 정치 윤리라고 한다. 거의 미끄럼틀을 타는 듯한 정치 윤리의 타락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기 마련이다. 정치 리더들이 이를 조장하는 현 시국이다.>한국일보. 정진황 논설위원

 

  출처 : 한국일보. 오피니언 정진황 칼럼, 뭐가 문제냐

 

  '99%의 패배 가능성, 1%의 희망'에 도전했던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박 의원을 이긴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돼 기사회생하는 듯했지만, 끝내 '비명횡사' 프레임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자기가 전에 했던 말을 뒤집고, 무슨 수를 쓰든 박용진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고 정말 해괴한 방법으로 그를 밀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구민들은 자신을 밀어주리라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종섭 호주대사의 소환과 황상무 사회수석의 경질에 대한 요구를, 대통령실은 전날 이 대사 문제에 대해 "수사기관의 소환도 없는 재외공관장의 국내 대기는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고, 윤 대통령도 황 수석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불과 며칠 사이에 서울에서 당의 지지율이 15%나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아예 무시하는가 본데 뭘 믿고 그러는지 긍금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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