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만 보인다

2024. 3. 29. 06:0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각각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격돌했다.

 

거센 심판 바람에 총선 공약뿐 아니라 지역구 후보 역시 관심 밖이다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하지만 남은 12일 동안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후보들의 막말 악재사전 투표율 등이 막판 판세에 영향을 줄 3대 변수로 꼽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집중 유세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이조 심판이 민생이라고 말했다이어 정치는 굉장히 중요하다여러분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이지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야권 200’ 전망에 위기감이 고조된 국민의힘은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한 위원장이 전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이슈를 던진 것도 이런 차원이다수도권에서는 저점을 찍고 올라간다는 기대도 있지만 한층 고조된 정권 심판론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까스로 113석을 얻은 지난 총선 결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한 위원장은 이날 당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요즘 선거 어렵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거다저와 여러분의 가슴속에 그때(지방선거)의 열정과 필승의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승리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이 대표는 연일 정권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이 대표는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가 국민 승리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출발한다며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석열 정권을 이제 주권자가민주공화국의 주인이 심판할 때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간절한 마음으로 읍소하건대 민주당에 딱 151석만 확보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공천 내홍으로 지지율이 주춤했지만 최근 정권 심판론이 고조되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본다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도피 출국 의혹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꺾이고 선명성을 부각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못하는 정도가 아니고 무모하고 무식하고 무자비하다면서 “2년 동안 하도 국민이 시달리고 안 볼 걸 보고 그래서 아예 평가가 아니고 심판하는 선거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판론 선거로 양당 공약은 관심에서 멀어졌다국민의힘은 의원 정수 축소를 포함한 정치 개혁을 강조했지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공약도 여론을 흔들지 못하는 분위기다이 대표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도 찻잔 속 태풍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남은 이슈 중 가장 폭발력이 있는 건 의정 갈등이다한 위원장이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협상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30%대인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를 끌어올릴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당 관계자는 의정 갈등이 타결되지 않는 한 지금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때 성공하지 못한 의대 정원 확대에 성과를 낸다면 여당에 힘이 실리겠지만좌충우돌만 한다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지난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을 일부 수정해 발의했다의정 갈등에 따라 의료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을 앞두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직역 단체의 표심을 기대한다는 해석도 있다.

 

막말도 총선 때마다 판세를 뒤흔든 대형 변수다지난 21대 총선에선 차명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후보가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 자격이 박탈됐고 이는 보수 측에 대형 악재가 됐다정치권 관계자는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중도층이나 부동층은 막말 등 도덕성 문제를 봐서 마지막에 결정한다고 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사전투표도 관건이다다음달 5~6일에 치르는 사전투표는 지난 총선 26.7%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여야 모두 사전투표에서 지지층을 많이 끌어내는 쪽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 혐오 심화가 투표율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는 당장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유권자들이 한 표의 의미를 담아 냉철하게 판단해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여느 때처럼 차악이라도 골라야 정치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서울신문이민영 이범수 기자

 

 출처 : 서울신문. ·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