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늪

2024. 6. 5. 05:5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처음엔 전 국민 25만원 일괄 지급을 제안했다가 지난주엔 차등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다시 카드를 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25만원에 발끈하며 반대했다가 총선 참패 직후엔 당 일각에서 차등 지원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면서 이 대표의 말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 같습니다.

 

25만원은 4·10 총선을 2주 남짓 앞두고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꺼낸 제안이었는데 4년 전 총선 때 코로나 극복을 명분 삼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풀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하며 역풍을 불렀습니다.

 

전 국민 25만원가구당 100만원이면 대충 13조원이 든다고 합니다올해 국방예산 중 급식비가 19900여억 원입니다. 13조원이면 50만 장병이 한 해 세끼를 먹는 비용의 7배에 육박합니다.

 

전 세계에 167곳의 재외공관을 거느린 외교부의 올해 예산은 41900여억 원으로, 13조원의 3분의 1에 못 미칩니다참고로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은 17000여억 원인데 13조원에서 부스러기만 떼와도 한부모가족아이 돌봄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한국전력 총부채가 203조원인데, 13조원을 일단 여기에 쓰고 전기요금 인상을 늦추는 방법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겁니다.

 

13조원은 이처럼 엄청난 돈인데 정부 여당은 이 대표의 자신감에 찬 요구를 받아치지 못한 채 수세에 몰려 있는 것 같습니다이유는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25만원씩 13조원 투하를 꺼낸 정당을 상대로 집권 여당은 의석 300석 중 겨우 100석을 넘겼습니다그러니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기중심적이며 구조적으로 무지한 인간들은 희소한 자원의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이 구조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은이성으로 알 수 있는 건 매우 한정돼 있다는 뜻이다실제로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그래서 인간이 무지하다는 지적은 흉이나 비난이 아니다그런데 인간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탐구·학습함으로써 무지의 벽을 낮추면서 문명사회를 만들어 간다.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늘의 부강한 나라를 건설한 대한민국은 그래서 특히 돋보인다대한민국 사람들은 대체로 우수한 두뇌와 근면성그리고 끈질긴 성향을 지녔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민국이 무지와 거짓의 늪에 빠져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국가에도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지만대한민국은 너무 일찍 늙고 병들어 가고 있다지금까지 무지의 벽을 낮추면서 획득한 지식을 학습하고 성찰하는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권력 싸움에만 매달려 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은커녕 퇴행적 행동만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에는, 20세기의 망령이 빚어낸 사회주의는 왜 결단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대형 사기극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지식인도 많이 있다이들은 사회주의는 합리적 경제의 철폐라는 사실을 숙고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희소한 자연환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기중심적 인간들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진지하게 탐구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상의 세계에 갇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대중 선동과 선전술을 연마하고 학습하는 것이다인류가 오랫동안 비참하게 겪어 온 가난을 퇴치하고 풍요를 선사한 자본주의를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로 덧칠하고 대중을 선동한다.

 

그것은 물론 자원의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자본주의도 해결하기 어려운 인간 세상의 근원적 문제를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거짓이다인간 세상에는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같은 기적이 없다반값 아파트와 반값 등록금내는 돈보다 한결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연금, 1인당 25만 원의 돈을 나눠 주어 민생을 돌본다는 것 등은 모두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구호를 내건 지난 정권의 뒤끝은 어떠한가국가 안보는 실종됐고나라 재정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고돈을 엄청나게 풀어 물가는 다락같이 올랐다세금 또한 가정 파괴 수준으로 올려 사람들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 참여했던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반성과 성찰은 없다정권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권토중래를 노리는 권력 싸움에만 집착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사유재산 제도를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지식인은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논리 체계를 가질 수 없다유형·무형의 사유재산을 중심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되는 공감남의 자유를 해치는 행동을 제한하는 도덕과 법 등의 정의로운 행동 규칙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사회제도와 질서 등에 관한 이론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오물 풍선이나 날려 보내는 북한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민주정(民主政그 자체는 사회질서를 파국으로 이끄는 특징을 가진 정체(政體)가 아니다그러나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탐구와 성찰이 없는 사회의 민주정은 항상 그럴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려 깊지 못한 대중과 이를 선동하는 정치인들이 빚어내는 민주정의 파국이다모든 지성과 도덕성이 권력 다툼에 파묻혀 침몰한 결과다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나의 삶을 책임진다는 구호 아래 좋은 것을 많이 제공해 주겠다는 정부보다사유재산을 침해하고 나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을 없애는 정부가 훨씬 더 낫다그런 점에서 민주 정부도 소극적(negative)이어야 한다.

 

무지와 거짓으로 선동·선전하는 정치집단은 절대로 이런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22대 국회 출범을 계기로 이런 우려가 불식되기를 바란다.>문화일보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前 한국경제연구원장

 

   출처 문화일보오피니언칼럼시평거짓과 무지 늪에 빠져드는 나라

 

  이재명이나 조국이 스스로 자신들이 사회주의라고 얘기한 적은 없을 겁니다제가 인터넷에서 보니그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고 사회주의적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터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하지만 사회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그것을 대한민국에서 실현하려는 사람은 꽤 많은 거 같습니다.

 

솔직히 그게 그거입니다.

그들의 거짓에 속아나는 사람들이 무지한 것이고그 거짓과 무지 속에서 나라가 망해간다는 생각입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동물들이 나폴레옹의 계략에  빠져 자신들 스스로 농장을 망치는 것을 알지 못한 것처럼 무지의 늪은 끝이 없습니다.

 

제가 두어 번 여기서 얘기했지만 고인인 된 노재봉 전 총리가 이 나라의 체제를 지켜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도 바로 지금 대한민국이 사회주의자들의 농간에 나라가 거덜날까봐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