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2024. 6. 21. 06:0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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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취재원이 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기분이 어떠냐는 것이다.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불쾌하다고 했다당연한 답변이었다근데 사실 또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이 대표의 막말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기소로 그만큼 초조하다는 얘기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 하는 아무 말이 상대방에게 그렇게 아플 리 없다이 대표 같은 정치 고단수가 한 발언으로서 별로 전략적이지도 못했다이 대표가 뒤늦게 일부 언론을 지칭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지만그의 발언은 언론이 전열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다언론은 앞으로 더 꼼꼼히그리고 더 집요하게 이 대표가 할 주장들을 팩트체크할 것이다.

 

정말 화()를 부르는 부분은 따로 있다요즘 기자들 사이에선 어디가 여의도인지서초동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정치를 해야 할 여의도 국회에서는 수사를 하려하고수사를 해야 할 서초동 검찰에서는 정치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4·10 총선에서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삼라만상에 대해 특검을 하겠다는 기세다.

 

채 상병 사건부터 시작해 김건희 종합 의혹대북송금 수사한동훈 특검법까지 몰아붙이고 있다아예 청문회 을 깔고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관련자들을 직접 신문도 할 계획이다채 상병 사건을 지금 수사하는 곳은 어디인가바로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 못 믿겠다며 민주당이 출범시켰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여당에 불리한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는 판검사 탄핵소추까지 거론하고 있다여당 역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특검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검찰은 또 어떠한가서초동은 정치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여의도에서 떠들어 대던 정치공방과 확인 안 된 온갖 의혹이 고발이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검찰에 넘어온다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사건이 그렇다.

 

범죄 혐의보다는 여야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커 보인다검찰은 또 사안에 따라 수사에 빠르게 착수하거나 묵히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선보인다검찰 수사가 무슨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아닌데, ‘형평성 차원에서 둘 다 소환하라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결국은 권력자들 간 이전투구 탓이다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전직 대통령의 배우자심지어 옛 사위까지 모두 사법 리스크에 빠진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과 검찰의 수사권을 자신들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한 칼로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어느새 국회는 사이비 수사기관검찰은 정치 하수처리장이 돼 가고 있다그런 가운데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과 검찰이 수사해야 할 민생범죄는 뒷전’ 신세다이런 파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라는 조롱까지 나왔지만지금 애완견 발언이 문제가 아니다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내 것인 줄 아는 것, ‘민심과 정의를 내세워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 ‘국민 모독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이 더 큰 문제다.>서울신문송수연 사회부 기자

 

   출처 서울신문오피니언 사내 칼럼 [마감 후,] ‘애완견과 국민 모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