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대 탄핵, 민심 얻어야 이긴다

2024. 6. 26. 06:07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윤석열 정부 압살 작전인 듯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작전사령관이다국회는 이미 접수돼 민주당 의원총회로 전락했다법제사법위를 비롯해 위원장 자리를 꿰찬 11개 상임위원회는 돌격대의 전장이 됐다의회 독재입법 폭주란 비판 정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총선 민심 왜곡이란 면박 역시 들은 척도 안 한다.

 

최대 타깃은 윤 대통령이 제21대 국회 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채상병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이다채상병 사건은 항명과 외압’ 사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명품백의 경우 사실관계와 법리보다 국민정서법 문제가 돼버렸다민주당이 화력을 집중할 취약 지점들이다.

 

지난 21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법사위의 채상병특검법 관련 입법청문회가 1차 공세였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에 벌 세우기 퇴장’ 쇼까지 벌였다법사위를 통과했으니 본회의 처리는 시간문제다박찬대 원내대표는 21일 순직 1주기(7월 19전에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특검법안은 법리상 하자가 많다여권이 다시 거부권을 되뇌는 사정이 이해된다. “미국 대통령제 역사상 총 2595건의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됐고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지만탄핵이 거론되진 않았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항변은 일리가 있다하지만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시 탄핵’ 깃발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108)이 저지선(100)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8명은 얼마든지 흔들릴 숫자로 본다. 7월 전당대회에서 누가 여당 대표로 등장해도용산과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해질 터다미래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될수록 현재 권력의 유효기간은 줄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탄핵소추안 발의가 연쇄 작동하는 정치 역학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실증된 것이다노무현은 동교동계와 갈등이 누적돼 2003년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열린우리당(47)이 창당됐다여당이 제3당이 됐다.

 

노무현은 원내 1당 한나라당(141)이 제기한 1차 대북송금사건특검법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공포했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외교적 행위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고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반발했으나,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받아들였다갈등 수위가 높아지자 노무현은 그해 7월 2차 대북송금특검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재의결에서도 부결돼 폐기됐다.

 

야당은 11월 최도술 등 노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을 통과시켰는데노무현은 또 거부했다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보복연대가 가동됐다. 12월 재의결에서 의결정족수를 31표나 넘기며 가결됐다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04년 3월 12일 찬성 193명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꼬투리를 잡은 건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었으나연속된 거부권이 뇌관이었다노무현은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 때까지 63일간 유폐 생활을 해야 했다.

 

거부권과 탄핵소추권이 헌법상 원리만 강조돼 충돌하면정치는 극한 대립으로 오작동한다상호 견제의 삼권분립이 가진 취약점이다추 원내대표는 루스벨트가 12년 재임 중 매년 53회꼴로 거부권을 행사했음을 거론했으나그가 탄핵 논란 없이 미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남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거부권을 행사한 635개 법안 중 9건만이 재의결됐다거부한 이유를 직접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한 리더십 덕분이다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30번의 노변정담(Fireside chats)이 상징하듯대국민 소통에서 명분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거부권은 대통령 권한’ ‘수사가 우선이란 입장만 되풀이하면 정국은 악순환의 궤도를 돌 것이다상대에 명분을 주지 않으려면 나의 명분이 더 민심에 가까워야 한다무도한 이재명 방탄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근원적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명분을 빼앗든새로 세우든결단해야 한다한동훈 전 장관이 불을 지폈다역학 작동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문화일보오승훈 논설위원

 

  출처 문화일보오피니언 오승훈의 시론거부권 대 탄핵민심 얻어야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