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대변자’이던 우 의장이

2024. 7. 7. 07:47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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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을지로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기구인데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에 강매와 폭언을 한 남양 갑질 사태’ 때 처음 설치됐다그 초대 위원장이 우 의장이었다.

 

을지로위원회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법 하도급정규직·비정규직 차별상가 세입자 불이익입찰제 불공정 등을 바로잡아 왔다()을 견제하고()을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우 의장 하면 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떠오른다그가 활동했던 민주당 내 김근태(GT)계 모임이다민평련은 당내 정책 갈등이나 계파 싸움이 생기면 거중 조정의 중재자 역할을 했고열세인 쪽에 힘을 실어줘 주류 세력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랬던 우 의장이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그는 4일 본회의장에서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채 상병 특검법안에 반대하는 소수 여당 의원 수십명에 둘러싸여 1시간 정도 거센 항의를 받았다우 의장이 여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토론 시간을 충분히 줬고 국회법상 의장의 의사진행 권한에 따른 결정임을 내세웠지만왠지 그런 설명을 하는 우 의장 모습이 왜소해 보였다특히 을지로위원장 시절 약자한테 걸핏하면 법대로를 외치던 숱한 갑들과 당차게 싸우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우 의장은 지난달 야당의 일방적 국회 원(구성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당에 의해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이후에도 여당한테 국회 운영 문제로 끊임없이 항의를 받아 왔다.

 

급기야 그제엔 의장석이 에워싸이는 수모를 당했고,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 여당이 불참하겠다고 하자 개원식을 연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을의 대변자이던 우 의장이 국회의 을인 소수 여당한테 계속 원망만 사는 현실이 퍽 낯설어 보인다이런 풍경은 우 의장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빨리 옛 정신을 되살려 갑을 견제하고국회의 균형자이자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국민일보손병호 논설위원

 

 

   출처 국민일보오피니언 [한마당], ‘’ 대변하던 우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