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쳇바퀴 싸움’인가

2024. 7. 29. 07:10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채상병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할 것이다.

 

야당의 채상병특검법 단독 처리에 이어 여당의 요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국회 재표결에서 특검법안이 부결돼 폐기되는 상황이 지난 국회에 이어 두 번째 벌어졌다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 등도 같은 절차를 밟으려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야말로 도돌이표.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2277개 법안 중 처리 법안은 자진 철회 법안을 합쳐도 불과 29(28일 오후 3시 기준).

 

방송4’(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처리를 둘러싼 전장 역시 매한가지다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여당은 4개 법안 모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고야당은 24시간마다 종결 동의안을 통과시켜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있다.

 

이런 식의 대장정이 끝나면 역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돌아온 법안은 재표결을 통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청원 청문회는 코미디에 가깝다.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으로 시작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는 민주당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라는 청원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제명하라는 청원이 5만명을 넘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국회 해산 청원이 나올 때까지 모든 청문회가 열릴 것이란 냉소도 나온다핵심 증인 불참은 예견된 일이었고의혹 해소 대신 몸싸움과 고성만 오갔다.

 

여야 정쟁이야 일상이지만 이처럼 민생이 사라진 적이 있나 싶다인사청문회 역시 검증과는 거리가 먼 싸움판이 됐다여야가 거칠게 싸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끝은 윤 대통령의 임명일 것이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에 질의하는 대정부질문은 사흘 예정 중에 불과 두 시간 진행됐다이달 초 민주당의 채상병특검법 강행과 여당의 필리버스터로 국회가 이틀 연속 파행했기 때문이다.

 

9월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이미 의원실은 송곳 질문 준비에 들어가야 하지만여야 간 광활한 전선에 동원되느라 국감 준비는 생각도 못 한다는 얘기가 적잖이 들린다.

 

여야 싸움의 본질은 민생이 아니다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을 통해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고방송4법 통과와 방통위원장 탄핵을 통해 공영방송의 친야 성향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는 노골적으로 목표를 드러낸 공세다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민주당의 공세를 막고 있다.

 

또 공영방송을 친여 성향의 수장으로 바꾸기 위해 방통위원장이 하나의 안건을 의결하고 민주당의 탄핵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살라미 전술로 맞서고 있다이른바 탄핵과 자진 사퇴의 굴레다서로 당대표 지키기와 대통령 지키기에 올인하는 권력 다툼 속에 민생은 당연히 뒤로 밀렸고 출구는 없는 듯하다.

 

그나마 협치의 계기를 찾아보자면 국민의힘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앞세운 한동훈 대표가 탄생했고민주당에선 먹사니즘을 내건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의 승기를 굳혔다는 것이다국민의 눈높이는 지지자들의 일시적 감정이나 화풀이 정서가 아니라 국민의 상식즉 인식 수준을 의미할 것이다.

 

먹사니즘은 강성 지지자가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국민이 정치에서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지금의 국회 상황은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고 먹사니즘과도 거리가 멀다.

 

상임위원회마다 민생을 파탄 내는 실익 없는 정쟁만 이어지며 보텀업’(상향식협의가 불가하니 두 사람이 톱다운’(하향식협의에 나서야 한다.

 

우선 최장 지연되는 22대 국회 개원식부터 열어야 한다.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국회의원 선서를 시작으로 정치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서울신문이경주 정치부 차장

 

   출처 서울신문오피니언 [데스크 시각], 누구를 위한 쳇바퀴 싸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