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5. 06:28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만약 초등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교재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영상을 틀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막말·조롱·비하·고함 등 모든 추태가 담긴 영상을 보면 아마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극혐’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수에 대한 배려와 설득·토론이었다. 소피스트들은 토론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민주주의 교육을 했고, 지금도 대학에선 ‘토론 배틀’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표본이자 교육장인 국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오직 적대적 광기(狂氣)만 있을 뿐이다. 완장들만 설쳐대고 있다. 매일 전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필리버스터가 일상화하고, 올림픽도 아닌데 기록 경쟁이 치열하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10시간 4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자, 이에 질세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13시간 12분으로 기록을 세웠다. 1일엔 박수민 여당 의원이 15시간 50분으로 그 기록을 경신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아니라 나라에 해를 끼치는 ‘국해(國害)의원’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추락하는 제22대 국회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은 역시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최민희 과방위원장이다.
누가 더 심한 ‘빌런(악당)’인지 경쟁할 정도다. 마치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을 즐기는 듯하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이 두 위원장에게 환호를 보내기 때문에 국민 전체 여론은 고려 대상도 아니다.
최악의 막말은 최민희 위원장이 탈북민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냐”고 한 말이다. 박 의원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 집단공격, 인민재판이 아닌가”라고 비판하자 화를 내며 한 말이다. 북한에서 인민재판을 직접 본 박 의원의 눈에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니 이런 표현을 썼을 것이다.
최 위원장이 이 방통위원장을 향해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해 “절대 수정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도, 박 의원에게 한 말은 1시간 30분여 만에 사과한 것을 보면 본인도 심각성을 알고 있다. 김정은 1인 독재가 싫어서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찾아 탈북한 박 의원에게 ‘민주주의 원칙을 모른다’고 했으니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목숨과도 바꿀 박 의원에게 사실상 전체주의자처럼 행동하는 최 위원장이 할 말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에게 “남쪽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비하한 바도 있다. 탈북민 의원을 향해 ‘변절자의 발악’ ‘인간쓰레기’ 등의 막말은 기본이다.
사실 586세대가 대학 시절 탐독하고 배운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레닌의 러시아혁명과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민주주의다. ‘소수는 다수에 복종한다’ ‘민주 집중제’ 등의 사상적 잔재가 그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온 것이다.
운동권 출신 정청래 위원장의 막말은 구글 검색에서 ‘정청래’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정청래 막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권력을 잡다 보니 제대로 ‘빌런’ 같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곽규택 여당 의원이 “지가 뭔데”라고 했다고 발언권을 빼앗고, ‘5분간 째려보면 퇴장’ ‘10분 퇴장’ 유행어도 만들었다.
이들이 이렇게 폭주하는 것은 이재명 전 대표의 성공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독설(毒舌)로 뜬 이 전 대표처럼 본인들의 막말에 대한 비판자는 자신을 찍지 않을 사람들이고, 표를 주는 사람은 강성 지지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당만이 살아남는 한국 정치판의 비정함을 안다. 이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이 있기에 정치생명 유지가 가능하다. 합리적이고 예의가 있는 의원들은 공천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선택이 맞을 수도 있다.
이제 국회는 국민을 위한 집단이 아니라 나라에 해를 끼치는 국해가 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3년 10개월 동안 이들을 봐야 한다니 잠이 오질 않는다.>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이현종의 시론], 정청래 최민희가 만든 國害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오판과 편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의선, 정몽규 (0) | 2024.08.07 |
---|---|
차라리 다 없애는 것이 (0) | 2024.08.06 |
김예지 신드롬 (0) | 2024.08.04 |
쯔양을 응원한다 (7) | 2024.08.03 |
용리단길 첩보전 (0) | 2024.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