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1. 07:10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벽창호”는 본래는 벽창우(碧昌牛)라는 단어였는데, 시간이 흘러 벽창호로 바뀐 것이라고 합니다.
벽창우의 벽창이란, 평안북도의 벽동군(碧潼郡)과 창성군(昌城郡)을 의미하는데 이 두 지방의 소가 덩치가 크고 성질이 억세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벽동, 창성 지방의 소처럼 고집이 세고 우둔하며 고지식하여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원칙주의와는 다른 게 원칙주의는 나름대로 정해진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지만 벽창호 유형의 사람은 자기 고집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서 그 의미가 전혀 다르며, 비슷한 말들로는 고집불통, 단무지, 독불장군 등이 있습니다.
친구나 주변 사람 가운데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있으면 으레 '인생 피곤하게 사는 사람' 취급받기 마련일 겁니다. 같이 어울리는 사람마저 덩달아 피곤해지는 타입인데 지금 대한민국에 두 벽창호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나오는 ‘재명산성’ 조어가 심상치 않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친윤, 검경이 둘러싼 ‘석열산성’에 빗대 불통을 비판했다. 그 소통 부재의 화살이 민주당 안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가 훨씬 심한데 어찌 용산을 비판하겠냐고도 한다. ‘여의도 대통령’의 불통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 정도가 당의 위기로 치달을 만큼 심각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처럼 싸늘한 숫자에서 맴도는 연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여론의 오해라면 다행이나 지금 행보는 오히려 이를 털어내기보다 축적하고 있다. 재명산성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고층 아파트처럼 높아졌다. 이 전 대표는 ‘어대명’ ‘구대명’을 재차 확인하고 있고, 친명인사들은 주요 위원장에 속속 오르고 있다. 소위 ‘개딸’을 위한 당원 참여 강화를 비롯해 당 강령에도 이재명 색채가 진해지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친명 혁신회의는 최대 계파가 되어 사실상 전국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의 말처럼 군사정권의 군 사조직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인데, 하나의 계파가 전국 조직을 압도한 것은 민주당에 없던 일이다.
정치적 야심을 달성하려고 과거 권위주의 정치까지 차용하는 데서는 이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전대에 앞서 혁신회의 인사가 일정 지지율 보장을 전제로 출마 권유를 했다는 증언까지 있다. 이 전 대표의 일극 체제를 용인해줄 들러리 후보를 찾았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이재명 팔이’만 하고 자기 이야기는 하지 않는 데 있다. 여당 전대에도 등장한 ‘독립군’의 쓴 소리 하나 없이 오로지 이재명 얘기뿐이다. 힘의 무서움만 드러내는 이런 전대가 민주주의 정당, 전통적 민주당의 모습일 리 없다. 누와르 영화에서 볼 법한 생경한 장면을 새로운 문법의 정치라고 볼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재명’을 향해 바짝 군기가 잡힌 민주당을 향해, 당의 원로는 한마디로 불한당 같다고 개탄했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세력에 포획된 민주당, 사당화된 민주당이란 비판이 여당의 공세만이 아닌 것이다. 친명, 혁신회의, 개딸들로 에워싼 재명산성은 만약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배제의 정치인 점에서 승부수일 수 있으나 무리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용산을 비판하고 견제할 동력은 떨어지고 정치 실종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역대 정치 지도자 가운데 독선 비판에서 자유로운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일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대화했다고 할 만큼 소통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소통에 서툰 이유는 자신이 없거나 피해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겪으며 그 자리에 올랐다는 자기 확신도 클 것이다. 하지만 주변 싫은 말을 피하다 보면 내부 추종자들만 만나게 되는데 이 전 대표 역시 당 중진이 아닌 비서진 위주로 소통한다고 한다.
이런 경우 타당한 사회적 요구에 응하기보다 자기만의 정책에 매달리게 된다. 이 전 대표가 종부세 금투세 등에서 당론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 해도 벌써 여당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민주당 지지층은 배신당했다고, 반대 진영에선 굴복시켰다고 하는 배신과 굴복의 이중주가 될 공산이 크다.
비판을 수용하는 열린사회나, 공정한 세상을 지향하는 정의관이 아닐지라도 소통과 합의로 이끈다는 것은 이 시대의 공의에 속한다. DJ가 79석을 가지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배경이 어디에 있겠나. 그렇게 민심이 흉흉했던 MB정부 때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의석 숫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의 171석이라도 원하는 무엇을 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이 ‘이재명 대통령’ 막은 것이란 보수진영 지적이 유효하다면 그 책임은 다른 데 있지 않다.>한국일보.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출처 : 한국일보. 오피니언 이태규 칼럼, '재명산성'이 더 문제다
최근 들어 극도로 심화하고 있는 행정권력(대통령)과 입법권력(야당) 사이의 대치 역시 갈등은 우리 국민에게 벽창호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갈등 해소보다는 악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소통’을 목표로 존재하는 방송을 다루는 위원회의 ‘불통’, ‘법제사법’을 다루는 위원회의 ‘소란’ 역시 상징적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불통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더니 정말 갈수록 태산입니다. 거기다가 지금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이재명 대표까지 갈수록 태산이니 이런 벽창호들을 누가 길들일지 정말 걱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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