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의 통일 지우기

2024. 9. 22. 07:38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30년 넘게 통일운동가를 자처해 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고 말해 논란이다.

 

그는 통일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다그제 광주에서 열린 9·19 남북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다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장인 그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 3명이 남북정상회담 때마다 합의했던 통일의 당위와 필요성을 부인한 것이다그 자리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일은 겨레의 여망이라고 손잡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함께 있었다.

 

1980년대 말 전대협 의장 시절 통일의 꽃’ 임수경을 평양에 보냈던 그는 2000년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남북 간 교류 확대를 주장했다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했고대북송금사건 특검 수사에 반대했다대통령비서실장직을 떠날 때 원래 자리로 돌아가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랬던 그가 통일이 좋다고 자신하기 어렵다통일하지 말자고 말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임 전 실장은 연설에서 통일 유보’ 주장을 두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남북 간 화해 협력에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 하나고통일을 유보할 때라야 남북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하지만 이런 문제는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이 핵심적인 이유라는 사실조차 그는 외면했다.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는 그의 주장은 김정은의 올 초 발언과 흡사하다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김정은은 올 초 남북은 더이상 동족관계가 아니며두 개의 적대적 국가라고 선언한 뒤 초강경 대남 압박을 주도해 왔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문 전 대통령은 기존의 평화와 통일 담론을 전면 재검토하자고 화답하듯 말했다이 말은 북한이 연방제 통일론 등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비현실적 통일 논의는 접자는 임 전 실장 생각과 상통한다.

 

연설 내용이 알려진 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이 비판에 나섰는데문재인 정부 외교부 차관 출신이 나서 방어막을 쳤다이날 연설이 돌출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조율된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임 전 실장은 차제에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도 없애거나 고치자고 했다그러나 북한 땅을 우리 영토로 여길 때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다이 조항을 폐기하면 탈북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임 전 실장은 왜 이 시점을 골라 이런 연설로 논란을 일으켰을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북한의 주장에 편승하려는 것일까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것이 1차 의도일까여전히 남는 의문으로앞으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주장을 추가로 내놓을 때 속뜻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동아일보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출처 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 통일운동가 임종석의 통일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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