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이 아니라 분신인 것을

2011. 9. 26. 20:45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필름사진기의 시대가 막을 내릴 날이 올 거라고 까지는 생각지 않았는데 이젠 정말 필름 값이 무서워 걱정입니다. 거기다가 네거필름을 현상인화하는 것도 이젠 거금이 들어가니 필름사진기가 계륵이 되어가나 봅니다.

 

제가 25년이 넘게 사진기와 렌즈를 장만해오면서 그간 버린 돈이 줄잡아 대형 세단 한 대 가격이 넘을 것인데 이젠 한갓 골동품 취급을 받게 되는 것 같아서 입맛이 무척 씁쓸합니다. 당장 필름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필름값과 현상료가 자꾸 오르는 마당이라 이젠 필름을 쓰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제게 필름 사진기로는 펜탁스67과 렌즈 여섯 개, 라이카 SL2와 R9의 R시리즈 사진기 두 대와 렌즈 여덟 개, 코니카 헥사 RF와 렌즈 세 개가 있습니다. 여기에 롤라이 35가 하나 있고, 엊그제 구입한 EOS5가 있습니다. 여기서 내어보낼 것이 없습니다. 살 때 가격을 생각하면 못 판다는 얘기가 맞지만 살 때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이 기기들은 제게 분신과 같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망하는 공장 기계 값이야 고철 값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못 내어놓는 마음이 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