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시간

2011. 10. 29. 19:5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지난 일요일에 창경궁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낯익은 이름이었습니다.

예전에 서울클럽 전성기에 같이 사진을 찍으셨던 분인데 꼭 10년 전에 쓰러지셔서 지난 10년을 투병생활을 하신 분입니다.

올 해 연세가 일흔이신데 그러니까 예순이 되신 해, 크리스마스 뒷날에 쓰러지셨고, 경희의료원 중환자실에서 4개월만에 퇴원을 하셨습니다. 제가 처음 문병을 갔을 때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기신 직후였고, 말씀도 못 하시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셨을 때입니다.

 

그 뒤로 1년에 한 번 정도씩 찾아뵈었는데 이번에는 먼저 전화를 주셨길래 반갑게 창경궁에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하셔서 내일 모시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전화를 주셔서 다음 주에 보자고 하셔 그러기로 했습니다. 10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흘러갔지만 병상에 누워 계신 분께 10년은 보통 사람보다 더 힘이 들고 긴 시간이셨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지난 10년 곁에서 간병하신 사모님도 대단하시지만 좌절하시지 않고 일어나신 분도 대단한 일입니다. 물론 쓰러지시기 전의 모습은 간데 없고 걷는 것도 어둔하고 말씀도 그렇지만 10년 사이에 우리나라가 변한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하신 것도 대단한 의지입니다. 처음에 병원에서 식도에 호스를 넣기 위해 수술한 부분이 잘못되어 말씀을 못하시게 되어 목에다 파이프 같은 것을 대고 말씀하셔서 너무나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그런 보조장치 없이 말씀을 하십니다. 

 

그분과 친했던 다른 분은 몇 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는데 오히려 먼저 쓰러져 거동도 못하시던 분이 창경궁에 오시겠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반가워서 신이 났습니다. 우연히 사진 때문에 만났고, 사진으로 인해 가깝게 지내게 된 분인데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