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 21:36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은 관심이고, 만남이며, 사랑입니다
오늘 근 10년 만에 예천 회룡포에 다녀왔습니다.
친구하고 둘이 나갔는데 회룡포는 안개에 잠겨 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 길에 사과만 실컷 보고 왔습니다.
예천에서 풍기로 가는 길 양쪽에 사과나무가 마치 방울토마토밭이 있는 것처럼 사과나무들이 줄 지어 서 있습니다. 5월 초에 사과꽃이 필 때에 꼭 한 번 가고보고 싶은데 아직 한 번도 못 갔습니다.
그러나 오늘 잘 익어가는 사과를 보면서 저는 무척이나 흐뭇했습니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의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 보려다
흙을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저는 과일 중에 사과를 제일 좋아합니다.
한 때 열대과일이 맛이 있다고 해서 많이 동경했지만 먹어보니 그거 다 별 것 아니고 과일의 왕은
역시 사과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많은 과수원을 지나면서 보니 겉으로는 멀쩡한 사과가 병이 든 것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날들이 계속 되서 사과가 잘 익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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