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도 막걸리, 이상헌 탁주

2020. 8. 1. 08:58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저는 막걸리를 마시지 않습니다. 늘 소주를 마십니다.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마시면 살이 찔까봐 우선 그렇게 저와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분들이 다 소주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는 막걸리만 마시는 분도 많습니다. 저도 더 나이가 들면 막걸리를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오늘 놀란 것이, 우리나라에 알콜 도수가 19도인 막걸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소주보다 높습니다. '이상헌 막걸리'가 그렇다고 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시청 근처의 한 음식점 사장은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확실히 막걸리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은 서울에만 50의 비가 내렸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가 지난달 발표한 비 오는 날 연관 음식은 막걸리가 1위다. 2년간 1위로 군림하던 커피를 제쳤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중부지방의 경우 8월 둘째 주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40일이 넘는다. 평년 장마 기간은 32일이다. 비도 많이 왔다. 전국 월 평균 강수량은 6184.6, 7(28일 기준) 325.8. 작년 6141, 7215.8보다 확 늘었다.

 

막걸리 판매는 어땠을까. 편의점 이마트24에 따르면 최근 한 달(624~723)간 막걸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주(4.0%)·맥주(3.6%)·와인(2.8%)을 앞지른다. CU에서도 막걸리 매출은 23.6% 늘었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마 때는 햇볕을 덜 쬐게 되면서 행복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일시적으로 우울증이 올 수 있다이때 당분과 탄수화물·알코올이 당기게 된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마침 음식점에 막걸리가 배달됐다. 50대인 손님 A씨는 "막 거른 막걸리가 제맛"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구인 B씨는 "며칠 지나야 감칠맛이 돈다"며 맞받아쳤다. 이상협 대표는 "막걸리는 출하 2~3일 정도 지나야 최고의 맛을 내는데, 그 기간 미세하게 발효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막걸리는 쪄놓은 쌀 또는 밀의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동시에 이뤄지는 병행복합발효방식을 거쳐 만들어진다. 같은 양조주인 맥주는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따로따로(단행복합발효). 와인은 아예 효모가 직접 과실을 발효시켜 제조 방법이 다르다. 때문에 일각에서 라이스 와인이라고 부르는 틀리다고 반박한다.

 

막걸리의 어원은 두 가지로 갈린다. 박정배 맛 칼럼니스트는 청구영언(靑丘永言·1728)'달괸 술 막걸러'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를 마구 거른 술이란 뜻의 막걸리 초기 어형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지은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는 막걸리는 이제 막(금방)’ 걸러진 술이란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시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일제 강점기에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는 술)를 금했다. 막걸리를 탐하다를 쓴 이종호 작가는 가양주 600여 종 중 몇 개만 남고 맥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래도 막걸리를 만들었다. 밀주였다. 1995년에야 집에서도 막걸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게 부족했다. 박정희 정부는 쌀을 밥 지어 먹는 데 쓰자며 1963년에 밀가루로만 막걸리를 만들게 했다. 조선 시대에도 흉작이 들면 금주령이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 1977년에야 쌀 막걸리가 돌아왔다. 카바이드 파동으로 막걸리 이미지는 마시고 나면 골 때리는 술로 추락하기도 했다.

 

냉장 유통 기술이 발전하면서 2000년에 지역 판매 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막걸리는 소주와 맥주에 밀리며 1980년대 초까지 70% 달했던 주류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반전이 일어났다. 일본에서 막걸리(마코리·マッコリ)가 건강에 좋다며 많이 찾았다. 국내에 막걸리 광풍이 불었다. ‘욘사마 막걸리가 나왔다. 막걸리 CF가 방송을 탔다. 뮤직비디오(윤종신의 막걸리나’)도 나왔다. 2008년 막걸리 내수는 13선이었지만 201141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막걸리 열기가 식으며 계속 30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도 줄었다. 2008년 막걸리 수출액은 약 400만 달러. 2011년에는 5280만 달러를 찍었다. 최근 4년간은 1200만 달러 수준이다.

 

막걸리는 보통 알코올 도수 6도다. 끓여서 알코올을 날려 1도까지 낮출 수 있다. 모주(母酒)가 그렇다. 1도는 주류로 인정받는 도수의 하한선이다. 이상협 대표는 적정 과정을 거쳐 거른 막걸리는 16, 17도까지 나오는데, 그 이상은 균(효모)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알려진 '가장 센' 막걸리는 이상헌 탁주, 19도에 이른다.

 

값도 천차만별이다. 1000원대부터 11만 원(해창 롤스로이스)대까지 있다. 백화미인·봇뜰·삼양춘·이상헌 등 5000~3만원 대도 포진해 있다.

 

전통주점 백곰은 지난해 주점 내 판매량 1위가 이화백주라고 밝혔다. 복순도가가 2, 해창막걸리가 3위에 올랐다. 이런 막걸리를 소비하는 계층은 주로 2030. 이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산의 한 주점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막걸리를 만취할 정도로 마실 것도 아닌데, 비싸지만 나만의 맛을 찾아 와인처럼 딱 한 잔 마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 소장은 "전반적인 탁주·약주 시장은 부진해도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탁주 면허를 가진 양조장 800여 곳에서 만드는 막걸리의 종류는 1500개에 이른다탁주 면허는 증가 추세에 있는데,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소규모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이후 막걸리 출고량은 줄었지만, 출고액은 증가한 점을 들며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의 활성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대중주로 부르는 1000원대 제품이 막걸리 시장의 바닥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서울 장수막걸리와 국순당은 기존의 녹색병 대신 재활용이 쉬운 투명 병으로 전면 교체했다. 지평막걸리는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춘 뒤 2030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부활하는 국민주막걸리는 여러 약점도 있다. 길어 봤자 15일에 달하는 유통기한은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다. 세계무대에서 통할 마땅한 이름도 없다. 때문에 코리안 사케로 불리기도 한다. 남 사무국장은 막걸리 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감미료인 아스파탐과 일본 누룩인 입국 사용도 문제 삼기도 한다. 남 사무국장은 "막걸리 전통 지키기와 과학화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중앙선데이, 김홍준 기자.

 

어려서는, 어려서 술을 마셨다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군에 대녀오기 전까지는 막걸리만 마셨습니다. 군에 가니까 막걸리를 팔지 않았고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기 위해서 소주만 마셨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는데 저도 이젠 막걸리로 전향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