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선방'을 보면서

2020. 8. 3. 08:2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재앙 속에서도 '경제에서 기적 같은 선방'을 이루고 있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입니다. 저는 솔직히 뭐를 선방하고 있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한데 대통령과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판이하게 달라 어느 쪽이 정확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산업현장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줄초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외식 면세 여행 항공 자동차 등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던 산업들이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산업현장은 성한 곳이 없는데, 청와대에선 현실과는 동떨어진 경제선방론을 들고 나오면서 원성만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2분기 우리 경제에 대해 기적 같은 선방이었다고 평가했지만 기업과 상인들은 앉아서 숫자만 보는 사람들이 뭘 알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 선방했고,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몇몇 수치만 보면 아예 빗나간 분석은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대비 -3.3%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성장 후퇴 폭보다 작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월별 수출은 4~6월 연속 작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다 7월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 폭이 줄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청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은 이후 6월 반등했다.

 

하지만 -3.3%는 과거 금융위기(20084분기) 때의 -3.28%보다 낮은 성장률이다. 수출은 감소율이 둔화했을 뿐 여전히 마이너스다. 반짝 반등한 경기지수는 하반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언제 다시 곤두박질칠 지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산업현장의 체감 경기다. 각종 지수에 드러나지 않는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한 청와대와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기업과 상인들 사이에선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솔직히 청와대가 좋은 수치만 보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주소는 외식업계에서부터 확인된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외식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7월 매출 집계를 앞두고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몇 달째 매출이 전년의 30~4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브레이크 타임(오후 3~5)까지 만들어 인건비를 줄였지만 직원들은 무급휴직을 보내야 했다. B씨는 유통업계에 15년째 몸담고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은 처음이다라고 토로했다.

 

외식업계의 고통지수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외식업체 6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80.8%에서 고객 수가 감소했다. 35.2%는 직원 수를 줄였다. 상반기 서울에서만 식품위생업소 4,219곳이 문을 닫았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요즘 외식 브랜드 매장들은 음악 소리까지 줄여가며 고객 모으기에 안간힘이라고 전했다. 음악이 크면 말이 들리지 않아 서로 가까이 가게 되니 고객들이 매장을 외면할까 걱정해서다. 이 관계자는 오죽하면 이런 것마저 조심하겠나라며 악으로 버티고 있는데 경제 선방이 웬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5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뒤 잠시 활기를 찾았던 소상공인들의 표정도 다시 굳어지고 있다. 지급 한 달째를 넘은 6월부터 손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전통시장의 체감경기지수(BSI)79.2, 전 달보다 30.0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데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소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쳐가는 건 면세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올해 장사는 끝난 것 같다며 하반기 기대마저 접는 분위기다. 한 면세점 판매직원은 마이너스 매출에 문을 열어도 온종일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원선이 무너졌다. 6월 매출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43%나 떨어졌다. 면세점 매출의 80%는 외국인에게서 나오는데, 하늘길이 막혀 있는 한 경영 정상화는 먼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이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해도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는 일부 대형 보따리상 위주라 매출 회복은 내년에도 기약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언제 다시 비행할 수 있을까하고 막연히 기다렸던 항공업계 역시 한숨만 늘어가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 승무원 C씨는 회사 인수합병(M&A)만 마무리되면 다시 일할 수 있을 거란 희망고문으로 상반기를 버텼다. “3월 말부터 유니폼을 한 번도 입지 못했다C씨는 몇 달간 월급도 못 받았는데, 회사가 파산하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불안해했다. 9월부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중단되면 항공업계 근무자 총 3만여명 중 절반 가량이 실직할 거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정부와 청와대가 경기 회복을 기대한다는 하반기가 이들에겐 또 다른 긴 터널의 시작인 셈이다.

 

경제를 떠받쳐온 자동차 업체들도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2조원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감소한 수치다. 쌍용차는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는 내수 -5%, 해외 -30% 이상 침체가 예상돼 연간 판매 700만대 붕괴도 우려된다. 불황 타개책인 신차 출시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부품업체는 더 힘들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 평균 손실액이 1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물량이 절반 가량 줄었고, 대금 수령이 늦어지면서 유동성 위기도 커졌다. 자동차 공조기와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D업체는 9월까지 필요한 유동성 중 40%도 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은행에서 대출조차 안 된다. D업체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너무 어렵다상반기엔 그나마 1분기에 벌어둔 돈으로 버텼지만, 하반기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 닫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이미 철강업계로 옮겨갔다. 포스코가 2분기에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자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굶어 죽게 생겼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포스코 철강제품을 가공해 건설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기업 공장 건설이 중단돼 4만톤 이상의 철근과 형강이 갈 곳을 잃었다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면 업계가 전멸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산업계에선 정부가 일부 숫자에 근거해 낙관적 전망을 되풀이하기보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대내외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며 피해 업계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는 세계가 함께 겪는 위기인 만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더 아플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국일보, 임소형, 윤태석, 류종은, 맹하경 기자.

 

이런 뉴스를 '조, 중, 동'신문에서 가져왔다면 또 '그 사람들' 난리를 치겠지만 이 뉴스는 한국일보에서 가져 온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그들'이 강조하는 보수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욕을 덜 먹을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욕을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경제에서 선방하고 있는지가 걱정입니다.

 

저 같은 문외한이 봐도 경제가 금방 나아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