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가 시작이었다면,

2020. 9. 7. 08:4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국민을 상대로 힘 겨루기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일 것입니다. 간혹,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 권력의 힘을 믿고 국민을 무시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정권도 여러 곳에서 국민들의 심중을 거스리며 힘을 과시하는 것 같은데 그 시작이 '조국 사태'였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권 초반, 문재인 정부는 소통과 공감에 강점을 보이며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렸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을 받아쓰던 참모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인사 낙마나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건처럼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일이 발생하면 청와대가 낮은 자세를 취했다.

 

분기점은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구도에서 청와대는 청와대 밖의 논리를 안으로 가져와 이해하려는 모습을 버렸다. 청와대 안의 논리를 바깥세상에 적용하려는 모습이 강해졌다. 조 전 장관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지적하며 장관으로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국민들을 향해 청와대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끝까지 맞섰다.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 공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공감' 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우선 고려하게 된 것이다. 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며 조 전 장관의 거취가 후계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조국 사태' 이후 '공감' 보다 '정치논리'가 앞서기 시작하며 정권의 포용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대체로 안정된 40%대를 보이고 있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정권의 확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메시지는 점점 국민감정과 괴리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고, 올해 초 코로나19(COVID-19)가 퍼지던 초기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 과도한 공포로 위축될 필요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덕에 지난 4월 총선에 승리한 이후에는 "밀리면 끝"이라는 논리가 더욱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외연확장 보다는 내부결속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지 오래다. 공감대가 떨어지는 메시지에 국민의 비판이 나오면, 청와대와 친문 인사들은 "뭐가 문제냐"고 되받아치며 '집토끼'를 결집시킨다.

 

최근 문 대통령이 간호사들을 격려할 목적으로 낸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라는 메시지에 대해 '국민을 편가른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청와대의 불통 이미지만 누적된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갈라치기 논란'에 대해 "길에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무슨 의도로 그러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청와대의 입장도 이런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진심을 곡해하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일반 대중에게 대입하다 보면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감능력을 앞세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메시지 조정 기능의 상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감능력 문제는 '의사-간호사 갈라치기'에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이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 역시 국민의 생각과 괴리가 큰 메시지였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안정화"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실기라는 평가다.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공감 결여' 발언들을 두고 "불안불안, 아슬아슬해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구중궁궐 속 지도자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인의장막'이 문제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참모들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할 정도로 소통에 신경썼으나, 결국 그 참모들을 지나치게 '자기 사람' 위주로만 쓰며 인의장막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 생각과 괴리가 있는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올 동안 이를 두고 '쓴소리'를 할 인물이 청와대 내에 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공감'에 실수가 있었다 해도 이를두고 "깔끔하게 사과하자"고 충언하기보다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조언할 참모 일색 아니냐는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고, 김상조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이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민정수석(김종호), 국민소통수석(정만호)도 모두 참여정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공감능력의 저하를 보이는 것은 이같이 최측근들로만 구성된 청와대 비서실의 분위기 속에서, 미리 세팅된 행사만 나가는 대통령직의 특수성이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정치인 신분일 때는 자유롭게 거리를 나가 민심을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경호상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

 

결국 솔루션은 '인의장막'을 걷어내는 것에 맞춰진다.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거 바꾼 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 교체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하지만 다음 비서실장이 정권의 마지막 '순장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측근을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는 것 역시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성향의 김우식 현 카이스트(KAIST) 이사장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며 '쓴소리'를 국정에 반영했던 것과 비슷한 과감한 인사가 문 대통령에게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를 통해 청와대 공감능력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번에 '추 아무개 사태가 어떻게 갈 것인지는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끌고 미기적거리다가 예상 외의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빨리 감지하기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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