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하얀 소나무

2020. 11. 26. 07:2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하얀 소나무’라는 뜻의 백송(白松)은 우리나라 원산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 온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나무가 예전엔 아주 귀한 수종이었다고 하는데 요즘엔 여기저기 꽤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본 곳은 창경궁입니다. 창경궁에는 세 그루가 있었는데 요즘은 더 많은 백송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백송들은 아직 하얀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 나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게 왜 ‘백송’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지 알 수 없을 겁니다. 저도 오늘서야 이 나무가 나이를 먹은 뒤에 껍질이 하야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백송은 나이가 들어 하얀 색이 되어야 비로소 제 모습을 보여주는 점잖은 나무입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안에 수령 600년의 백송이 있습니다. 높이 17미터나 되는 나무의 기둥이 하얀색이라 눈에 잘 들어옵니다. 밑둥이 하나이지만 두 개의 기둥으로 올라와 V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흰빛을 귀하게 여긴 우리 민족은 백송을 각별하게 생각했습니다.

 

천연기념물 8호인 이 백송은 수령이 오래되고 쇠약해져서 1979년 오른쪽 줄기를 일부 잘라내는 수술을 하였고, 이후 생기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백송은 나무의 껍질이 커다란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흰 빛이 나기 때문에 백송 또는 백골송(白骨松)이라고 합니다. 백송은 국내에 자생하는 나무가 아닙니다.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옛날에는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서나 구할 수 있는 나무였습니다. 그렇기에 국내에서 기품 있는 백송을 집 안에 심어 기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중국을 드나드는 사신 또는 그만큼 지체 높은 사람이라야 가능했습니다.

 

국내에는 총 다섯 그루의 천연기념물 백송이 존재합니다. 국내 최고령 백송은 원래 ‘서울 통의동 백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 없습니다. 하지만 통의동에 가면 백송터는 남아 있습니다. 나무는 죽었지만 백송의 밑둥이 남아있습니다. 1990년 7월 17일 태풍에 쓰러진 통의동 백송은 천연기념물 4호 였습니다. 재동 백송보다 우람하고 커서 기품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백송이 죽고난 후 아쉬워한 주민들이 새끼 백송을 부근에 심었는데요. 지금은 30년이 지나 백송 그루터기 옆에 세 그루의 백송이 자라고 있습니다.

 

조계사 경내에는 수송동 백송이 있습니다. 수령 500년, 천연기념물 9호입니다. 대웅전 바로 옆에 있는 이 백송은 뿌리가 일부 드러나 있는데요. 뿌리도 하얀색입니다.

 

창경궁에 가면 춘당지 바로 앞에 백송이 세 그루 있습니다. 그중 둘은 아직 수령이 많지 않은지 기둥색이 청색이 많이 돌지만 유독 한 그루가 아주 하얀색을 띠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나무의 기둥의 껍질이 부분적으로 벗겨지면서 점점 하얀색을 띄게 됩니다. 나이가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사람 처럼요.>경향신문, 우철훈 기자.

 

오늘 아침에 백송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니

<백송이 속한 소나무과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여 종에 달한다. 이 중 한국에서는 색깔이나 특징에 따라 이름을 붙인 적송, 흑송, 반송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적송은 소나무의 껍질이 붉은 색이고, 바닷가보다 육지에 많이 분포한다고 하여 육송이라고도 부른다. 흑송은 나무의 껍질이 검은색이고 바닷가에서 볼 수 있어 해송이라는 명칭을 함께 갖고 있다. 반송의 경우 일반적인 소나무와 다르게 큰 기둥을 중심으로 가지가 뻗는 것이 아닌 땅과 가까운 지점에서부터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백송은 그 자체가 희귀수종이기 때문에 주로 식물원이나 학교 등 필요한 곳에 심는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는데, 재동에 있는 백송 말고도 서울특별시 용산구, 종로구 수송동, 경기도 고양시 등 6개의 백송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재동의 백송은 그 중 가장 수령이 높은 나무이다. 이 밖에도 열매에서 기름을 짜내어 요리에 쓰거나, 열매를 약재로 쓰는 경우도 있다.>다음백과에서

 

제가 백송을 가장 많이 본 곳은 예산의 ‘추사 고택’입니다. 거기서 큰 나무를 본 기억은 없는데 여기저기에 수령 20 ~ 30년 정도의 백송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너무 흔해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 나무들이 나이를 먹어 하얀 색으로 바뀌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무는 속성(速成)으로 키울 수 있는 것과 달라서 반드시 그 시간이 지나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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