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쑥맥!

2021. 3. 24. 07:0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쑥맥(숙맥 ; 菽麥)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 사리 분별을 못하는 바보를 가리키는 말로 한국 속담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더 확장된 의미로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며, 근래에는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숫기가 없는 사람이나 순정남, 순정녀를 가리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는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

 

이 말은 중국 춘추시대의 역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진(晉)나라의 귀족들이 치열한 권력 쟁탈전을 벌였다. 당시 진나라 왕 여공(厲公)은 서동(胥童)을 편애하여 국권을 그에게 일임했다. 서동이 전권을 휘두르자 대신들의 불만이 점점 커졌고, 결국 난서(欒書), 중항언(中行偃) 등의 대신들이 서동을 죽인 다음, 여공까지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양공(襄公)의 증손자인 14세의 주자(周子)를 왕위에 앉혔는데, 이이가 바로 도공(悼公)이다. 난서 등은 이처럼 주자를 꼭두각시 왕으로 세워 놓고 주자가 총명하고 출중하다고 칭찬하는 한편, 주자의 형은 아둔해서 왕으로 세울 수가 없었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지혜가 없어서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하였으므로 임금으로 세울 수 없었다.(周子有兄而無慧, 不能辨菽麥, 故不可立).」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성공(成公) 18년〉》에 나오는데, 주자의 형이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말에서 ‘불변숙맥’이 유래했다. ‘숙맥불변’이라고도 한다.>고사성어대사전

 

요즘 우리나라가 농업국가가 아닌 공업국가로 탈바꿈을 한 뒤에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밭에서 자라는 콩과 보리를 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콩의 종류가 많다보니 어떤 것이 방콩이고 종콩이며 녹두, 동부 등을 어찌 알 수가 있겠습니까? 겉보리와 쌀보리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숙맥불변은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좌회전 신호인지, 비보호 좌회전인지를 구별할 줄 알면 되고 도로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감지할 줄 알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어제 잠깐 덕수궁이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덕수궁에 아주 오래 되고 큰 살구나무가 있습니다. 살구나무꽃과 벚나무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구나무꽃을 보고 벚나무꽃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웃으며 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나리꽃을 보면서 진달래라고 하는 사람을 보니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덕수궁 안에 들어가서 오른 쪽에 매점이 있고 그 매점 옆으로 작은 호수가 있는데 그 주변은 앵도나무가 많습니다. 아직 앵도꽃이 피지 않았는데 그 뒤로 개나리가 만발해서 노란 꽃밭인데 거기서 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이게 진달래꽃인가?’ 하는 거였습니다.

 

초등학생이라면 몰라도 나이가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은 되어 보이던데 대한민국에 살면서 진달래와 개나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대체 저 사람은 어디서 자랐기에 두 꽃을 구별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나리와 영춘화, 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구분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런 정도는 충분이 이해를 하지만 적어도 진달래와 개나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숙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참 전에 KBS2 티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던 쌍둥이 아빠가 가을에 코스모스꽃을 보면서 ‘진달래인가?’제가 정말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코스모스꽃을 진달래라고 알려준다면 그 아들들은 코스모스꽃을 진달래로 알고 자랄 것입니다.

 

복잡한 세상에 무엇이든 다 알 수가 없고 다 알 필요도 없지만 최소한 기본 상식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