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장식품?

2021. 7. 10. 08:1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장식품은 ‘어떤 장소를 꾸미거나 몸을 치장하는 데에 소용되는 물품’입니다. 그러니까 실용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모양을 내기 위해서 가져다가 놓은 물건이라는 얘기입니다.

 

정권말기가 되니까 사방에 장식품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없던 자리를 만들어서 보은도 하고 장식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다 ‘눈 뜬 장님’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7일 확진자가 1200명을 돌파하면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사과가 이어지고 있다. 김부겸 총리가 7일 KBS 뉴스에 출연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돼서 국민에게 다시 한 번 또 이렇게 힘든 상황을 안겨드리게 된 데 대해서 정말 정부 당국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몇 차례 더 사과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사과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권 장관은 9일 4단계 격상 브리핑에서 "상반기 15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으면서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두가 방역 긴장감이 저하되고, 또한 변이 바이러스 급증이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라고 분석했다. 권 장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조금 불편하다.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긴장감이 저하되고"라는 부분이다. 긴장감 완화의 원산지는 'made in 정부'이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에 집중했다. 단기간에 접종률을 30%로 끌어올리면서 백신 도입 실패를 부분적으로 덮을 수 있었다. 50대의 모더나 접종 일정까지 나왔으니 '이제 안심해도 되는구나'라고 여겼다.

 

그러다 갑자기 비상 사이렌을 울렸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4단계로 점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문화·예술·공연·체육·외식 등 6대 분야 소비 쿠폰·바우처, 축구·야구·농구 관람권, 영화 쿠폰 지급을 확정한 게 불과 열흘 전이고, 이달 1일 백신 1회 접종자 야외 노(no) 마스크를 시행한 지 일주일가량 지났을 때다.

 

정부가 엑셀레이터를 마구 밟다가 순식간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때문에 버스 안의 승객은 처참한 몰골이다. 창문에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다치거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여행 일정이나 가족 행사가 꼬인다. 학부모는 돌봄 공백을 메울 방도를 찾느라 아우성이다. 자식 면회가 중단되면서 요양병원 노인들의 우울증이 깊어간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민간 전문가와 합동으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하여 향후의 발생 전망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현 수준이 유지되면 7월 말 1400명에 도달할 수 있으며, 현 상황이 악화하면 2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앞날을 이렇게 예측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예측 기법 질문을 받자 "약간 상당히 수학적인 부분이어서, 당일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폭로가 이루어지고, 또 감염되거나 격리되거나 사망 또는 회복되는 과정을 미분연립방정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수학적 모델링이 정교하지 않았고,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한다. 8일 브리핑에서 약 3주 후의 상황을 예측했다. 여기서 의문 하나. 그러면 7일 1200명대로 올라서기 3주 전에 모델링을 할 수 없었을까. 하루 확진자가 825명→794명→743명→711명→746명→1212명→1275명→1316명으로 가는 과정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수시로 수리 모델링을 활용해 향후 확진자 추이를 예측해 정부에 경고했다. 그는 지금 방역을 총괄하는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다. 기 기획관은 뭘 했을까.

 

6일 확진자 746명이 7일 1212명으로 466명 뛰었다. 새 거리두기 1~4단계 중 3단계는 써보지도 못하고 2단계에서 4단계로 뛴 것도 모자라 ά(유흥주점 영업중단)까지 동원했다.

 

질병관리청이 수리 모델링을 제대로 해놓고, 강한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아니면 청와대나 중대본이 질병청의 경고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부가 방심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인지 갑자기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국민들 통제하기는 좋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정부의 방역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늘어난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싱가포르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아닌,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인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가포르의 이런 계획 전환은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이런 선언을 가능하게 한 건 철저한 방역과 높은 백신 접종률입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가 발견된 후 1년 넘게 감염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는데, 9일 정오 기준 싱가포르의 지역사회 감염자는 1명으로 집계되었고 최근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명 정도인데, 대부분 해외 유입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문재인대통령이 임명한 청와대방역관은 수십 회에 걸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서 백신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 사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나팔수가 청와대방역관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지만 좋은 장식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