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빨간 날도 차별이 있다니

2021. 10. 12. 06:5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대체공휴일”은 공휴일이 다른 휴일과 겹치면 공휴일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하는 제도입니다.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근거해 2014년 추석에 처음 적용되었으며, 초기에는 설연휴, 추석연휴, 어린이날에만 적용했으나 2021년 6월 29일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7월 16일 이 법에 따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모든 국경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 규정 개정안은 대체공휴일확대 적용을 국경일인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4일에만 한정하도록 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유급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공무원이 아닌 민간에도 적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원래 기존관공서 공휴일 규정은 대체 공휴일을 설날 및 전후일, 추석 및 전후일, 어린이날 등 7개에 대해서만 적용했는데 이제 4일이 더해져 총 11일의 공휴일이 대체공휴일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올 해 달력에 빨갛게 표시가 되지 않은 날에 두 번이나 쉬는 보너서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영세사업장은 상황에 따라 쉴 수도 있고 안 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정이 어떤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입사할 때 사장님이 빨간 날은 휴일로 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석과 설날을 제외하고 빨간 날에도 출근해 일해야 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게 돼 있었지만 매일 야근과 휴일 근무를 했습니다. 이제라도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요?"

 

1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5인 미만 사업장 갑질 보고서'에 등장하는 A씨의 사연이다. A씨가 속한 회사 직원은 총 10명이었다. 그런데 사업자가 분할돼 5인 미만 업체로 신고돼 있었다. 이 때문에 A씨는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앞으로도 공휴일에 회사에 나오라면 거부할 수 없다. 오늘(11일) 같은 대체 휴일에도 쉴 수가 없다.

 

직장갑질119가 작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제보 71건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니 '직장 내 괴롭힘'이 43.7%(31건)로 가장 많았다. '임금' 42.3%(30건), '징계해고' 35.2%(2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징계해고는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임금도 휴업수당과 각종 가산수당은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장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수 없으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 연차유급휴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다고 돼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일종의 천민계급인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확대된 대체공휴일 제도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사각지대로 놓여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은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하는데 2021년엔 30명 이상, 2022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2022년 1년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최대 15일을 더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해외 노동법을 봐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심준형 노무사는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노동법을 보면 국내 근로기준법처럼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는 입법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법 대부분의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세계적 추세에 반하는 반인권법"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를 개정해, 단서 및 예외조항을 없애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가가 국민을 차별하는 일은 이제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한국일보, 유환구 기자

 

대부분의 규정은 예외사항을 두기 마련인데 그 예외사항은 누군가에게 불리한 문제가 생길까봐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면 그런 예외규정을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들이 쉬는 날,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짜증이 나는데 거기다가 수당도 없이 일을 한다면 더 더욱 짜증나고 힘들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것은 돈을 받기 위한 것인데 일을 하면서도 거기에 따른 정당한 급여를 받지 못한다면 어디선가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퇴직을 한 뒤에 얼마 전부터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는데 자원봉사는 스스로 하는 일이니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안 나가고 싶으면 안 나가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도 엄연히 규정이 있고 현장에서는 기관장의 지시에 따를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규정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서 존재해야할 것인데 오히려 규제를 하고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될 때가 있으니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