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2022. 5. 9. 06:2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흔히 “신문고”를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처음 만든 걸로 알고 있지만 이것은 시작은 중국 송나라 때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세종대왕이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고 그의 아버지 태종 때인 1401년 7월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종임금은 송의 제도를 따라 등문고를 설치한 후 8월 신문고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11월에 신문고를 통한 청원·상소·고발 등의 처리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세종 때 잠시 승문고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다시 신문고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대궐 안 문루에 설치하고 순금사가 관리하다가 의금부 당직청으로 옮겨졌습니다. 소원할 때 서울은 주무관사에 올리고 지방은 관찰사에게 올렸는데, 그 뒤 억울한 일이 있으면 사헌부에 고하고, 그래도 억울하면 신문고를 쳐서 왕에게 직소하는 제도로 정비가 되었습니다.

 

이 신문고는 한때 폐지되었다가 성종 때인 1471년 다시 설치되었고, 또다시 폐지되었다가 영조 때인 1771년 복구되는 등 여러 차례 변화를 겪으면서 말기까지 이어졌습니다.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제도로 설치되었으나 이용이 엄격히 통제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효율성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에 ‘국민 신문고’라는 것을 설치해서 국민의 청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대통령이 몇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적극 장려했는데 이제 이게 폐지가 될 것 같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데 없는 시민들이 눈치 안 보고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5년 만에 막을 내린다.

 

정부가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공론의 장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 사회 갈등과 혐오, 진영 대결이 그대로 표출돼 갈등을 더 강화시켰다는 한계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20년 7월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린 김민호(48)씨는 8일 “청원에 많은 시민이 공감해줬고 경찰청장이 직접 답변을 하면서 구급차나 소방차가 우선 이동할 수 있게 전반적인 신호체계 시스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 모친을 이송하던 구급차와 접촉 사고가 난 택시기사는 ‘사고 처리를 하라’며 10여 분간 시간을 지체했고 뒤늦게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김씨 모친은 병원 도착 5시간 후에 사망했다. 경찰 수사마저 늦어져 답답하던 김씨는 청원을 올렸고 한 달 만에 73만명 넘는 동의를 이끌어냈다. 김씨는 국민청원을 “억울한 시민의 마음을 대변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소통의 창이었다”고 표현하며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했다.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은 어린 딸이 보험 혜택을 못 받아 치료비만 매달 1000만원이 넘게 나오자 지인을 통해 국민청원 글을 올린 노우성(38)씨는 “그전에는 개인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는데 국민청원에 누구나 글을 올리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던 건 순기능”이라면서 “이후 다른 희귀 난치병 앓는 아이들이 보험 혜택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 글에는 13만명이 동의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국민청원은 동료 시민이 동의를 표하는 등 시민 사이에 의견 조직화가 가능하고 일정 조건(20만명)을 갖췄을 때 답변 의무가 강제됐다는 점에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고 의제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사회의 갈등·혐오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청원 게시판을 통해 갈등이 확장한 것은 분명한 한계로 지목된다. 정치 대결의 판으로 변질되거나 외국인 노동자·난민 추방 등 차별을 부추기는 게시글도 꾸준히 올라왔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 소통이라는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변화 등을 위해서는 언론과의 소통 등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9일 서비스가 종료되는 국민청원을 당장 폐지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행정안전부 ‘광화문1번가’ 등과 하나로 통폐합해 관리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서울신문. 박상연 기자

 

억울한 사람이 많은 사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던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억울한 사람은 관청에 그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어느 관청의 법도 어느 관리도 백성의 억울함을 다 해결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중국에서 자주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판관 포청천’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그 억울함을 제대로 해결해 주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요즘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 ‘CSI’를 즐겨 보는데 CSI란 '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약자인 범죄 현장 수사로서 과학적 지식과 도구를 이용하여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사하는 과학수사반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사건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가 얽히고설키어 억울한 사람이 많은데 복잡한 사건은 더 더구나 억울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억울한 일을 법으로 해결할 수가 없어 신문고를 이용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게 타당한 것인지는 늘 의문이었습니다.

 

법이나 대통령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신문고를 설치하고 자기들이 답변하기 곤란한 것들은 무응답을 하고 생색을 낼만한 것은 정권 홍보에 이용하는 폐단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옥상옥(屋上屋)'이 생겨나는 일들은 이제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